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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Oct 15. 2021

사랑스러운 도시, 알테아

스페인 작은 산간 마을


알테아(Altea)는 내가 알리칸테에서 가장 사랑하는 지역이었다. 근처에 호텔과 휴양지로 이름난 칼페(Calpe)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내가 제일 먼저 데려가는 곳은 알테아였다.



 인구가 2만여 명 밖에 안 되는 알테아는 코스타 블랑카(Costa blanca)에 속하는 작은 마을로 알리칸테에서 트램을 타고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다. 알테아에서는 지중해 바다와 함께 아기자기한 산간마을도 함께 볼 수 있다. 운전을 할 수 있다면 알리칸테에서 알테아까지 코스타 블랑카 해변을 드라이브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천 번은 한 것 같다. 도로를 달리며 보이는 지중해는 똑같은 모습 없이 각기 다르게 아름다웠고 지나가다 차를 세워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다. 말로만 듣던 코스타 블랑카에서 살게 된 건 행운이었다. 사람이 지나지 않는 해안에서 보는 바다와 기암괴석은 잘 정돈된 해수욕장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렇게 코스타 리카를 따라 달리는 트램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알테아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아주 작은 기차역인 알테아 역에서 내리면 바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지도를  필요도 없다. 내려서 보이는 방향대로 바다를 따라가면 된다.  조용하면서 따뜻한 지중해가 눈앞에 펼쳐진다. 해안가로는 작은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고 많지도 그렇게 적지도 않은 손님들이 앉아서 식사와 음료를 즐긴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보다는 그냥 산책을 하거나 파라솔에 누워 혹은 벤치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드문드문 들어선 가로수 아래 벤치에 앉아 한참 앉아 있다 고개를 돌려 기차역 반대쪽으로 간다. 기차역 위 쪽으로는 지중해하면 떠오르는 하얀 집들이 언덕 위에 들어서 있다. 도시가 작아 지도도 필요 없다. 길을 따라 언덕으로 한참 올라가면 하얀 집들 맨 꼭대기에 파란 지붕으로 된 대성당과 광장이 나온다. 성당에서는 시간에 맞춰 종소리가 울리고 광장 주위에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사이로 작게 벼룩시장이 열린다. 마을 사람들이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저마다 개성 넘치게 좌판을 차려 놓았다. 냄비나 그릇부터 옷이나 문구류까지 없는 것이 없다. 그 가운데서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매 둘이 책을 팔고 있다. 무슨 책이냐고 물으니 자신들이 읽던 책인데 이제 너무 쉬워서 보지 않아 책들을 팔기로 했단다. 그 모습이 귀여워 살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여동생이 짐짓 심각한 얼굴로 이 책은 지루하고 이 책은 내게 너무 어려울 것 같다며 유아용 동화책 하나를 추천해준다. 추천받은 대로 책을 구매하고 작별인사를 건넸다. 야무지게 책을 추천해주던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수줍어하며 오빠 뒤에 숨는다.


  마을이 사람들을 닮아 아기자기하다. 비교적 한산한 쪽 거리로 내려 가본다. 집은 모두 하얀색이지만 담벼락이나 문에 특징을 살린 장식들을 달아놓았다. 집 대문에 사는 주인의 이름을 적어 놓는 것이 이곳의 전통인 듯하다. 고양이 그림을 걸어놓은 집도 보이고 작은 마녀(Brujitas)의 집도 있다. 조금 더 내려가니 작은 창문에서 개 한 마리가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건넨다. 이 동네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귀엽지 않은 것이 없다.

 다시 성당으로 올라가 왔던 길의 반대로 가본다. 관광객들도 제법 보이고 식당들이 모여 있다. 야외 테라스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파에야를 주문했다. 애피타이저로 올리브 절임과 와인이 나왔다. 찾아보지도 않고 들어온 식당인데 올리브와 와인 모두 맛있다. 근래 먹어본 올리브 중에 제일 맛있는 것 같다. 게다가 알테아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테라스에서 와인을 마시니 분위기에도 취한다. 파에야가 나왔다. 이것 역시 맛있다. 같이 간 친구가 스페인에서 먹었던 파에야 중에 이곳이 최고라고 한다. 나 역시 동감이다 내가 스페인에서 먹었던 파에야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것은 바로 알테아 이 레스토랑에서 먹은 그 파에야였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몇 걸음 내려오니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후식으로 제격이다.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전망대에 앉아 지중해를 바라보며 먹는다. 그리고는 다시 역으로 내려와 알리칸테로 돌아가는 트램을 기다린다. 트램에서 해지는 해변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알테아 여행은 마무리된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여행한 후 나를 만나러 알리칸테에 들렀던 친구 J가 그날 밤 스페인에서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바르셀로나가 아닌 알테아였다고 고백했다. 알리칸테에 다시 간다면 제일 먼저 들를 곳도 바로 알테아다. 알테아는 사랑스러운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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