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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Nov 03. 2021

유럽인의 휴양지, 칼페(Calpe)

요시고 사진전의 그곳


 영어로는 calp 스페인어로는 Calpe라고 불리는 도시인 칼페는 알리칸테 중심지에서 트램을 타면 1시간 정도 걸려 도착할 수 있는 매우 가까운 도시였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 사람들에게는 휴양지로 유명해 인근 베니돔과 함께 칼페 근처 해안에는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가 많이 볼 수 있다. 칼페는 서핑과 클라이밍을 즐기러 온 관광객으로 가득한 관광도시이다.

 

 최근에는 알리칸테 근처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an)에서 태어난 스페인 사진작가 요시고의 전시에서 칼페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 전시를 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해진 도시이기도 하다.

(http://www.groundseesaw.co.kr/m11.php?cate=001)


 코스타리카 바다와 해변 기암괴석과 함께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산이 주요 관광지다. 정말 가까운 곳에 있는 관광지였기에 주말에 시간이 남거나 갈 곳이 없을 때마다 갔던 곳이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도시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유럽 관광객들은 고급 호텔에 머물며 휴양을 즐겼고 해수욕장에도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었다. 칼페는 여름휴가철을 보내기 좋은 도시였다. 코스타 블랑카는 그 명성에 맞게 끝없이 이어지는 바닷가가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아름다운 바다를 고급 호텔에서 바라보는 것은 꿈꿀만한 사치였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 그냥 멈추면 곳곳이 다 그림이다. 해안가로 지나는 트램을 타고 지나는 바다와 기암괴석을 보며 너무 아름다워 멈춰서 풍경을 계속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에는 개인 별장이 하나씩 지어져 있었다. 건축 양식이 누가 봐도 부유한 부자들의 별장 같았다. 여름에만 휴양하러 묵는다던데 그 외의 시간을 비워두기엔 아까워 남는 시간엔 내가 머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아직 별장이 들어서지 않은 곳에 그냥 내가 천막을 치고 살면 내 별장이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칼페에 가게 된다면 호텔이 들어선 유명한 해수욕장 대신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렇게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친구들과 칼페에 갈 때면 조용하고 한적한 바닷가를 찾아다니고는 했다. 모래사장 대신 자갈로 된 바닷가도 있었고 사람들이 떠나가고 건물터만 남은 황폐한 바닷가도 있었다. 숨은 보물 찾기를 하는 아이가 된 것처럼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걸었다. 샌드위치를 싸서 인적 드문 바닷가에서 피크닉을 즐기기도 하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를 바라보며 수다만 떨어도 즐거웠다. 시간이 남으면 우리는 자주 칼페에 갔다.


 칼페에는 바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돌산도 있었다. 칼페가 아름다웠던 것은 눈 부실만큼 파란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있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큰마음을 먹고 아나스타샤와 산 정상까지 등산을 해보기로 했다. 더운 바람을 맞으며 산을 오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아 길을 헤매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산 아래에서 마실 물을 사면서 마트 주인에게 길을 묻고 왔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누가 봐도 동네 주민인 것 같은 지나가는 가족에게 등산로를 물었다. 매주 함께 칼페 산을 오른다는 가족은 친절하게도 함께 가자며 길을 안내해주었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더운 날씨에 쉽게 오를 수 있는 산도 아니었다. 하지만 낮은 스페인산을 만만하게 본 우리는 짧은 원피스 차림에 샌들을 신고 오르느라 속도가 더디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산 정상에 갈매기가 올라와 있다


 산 정상에 다다르자 칼페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코스타리카 해안 근처 항구에 정박되어 있는 요트와 해안을 따라 들어선 높은 건물들, 파란 바다와 초록 산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아름다운 풍광에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아나스타샤와 100장이 넘는 사진을 찍고 내려온 듯하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차를 타고도 정상 근처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산 아래 카페테리아에 앉아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다음에는 차를 타고 오자며 둘이서 약속을 했다. 산을 타느라 흠뻑 젖었던 땀이 다 마르는 것처럼 시원했다.


Things to do in Calpe, Spain | Climb the Rock & Surf Blue Flag Beaches (agoda.com)


 칼페에는 사진 찍기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도 있다. 아파트 전체가 파스텔톤의 핑크색인 핑크 아파트(la muralla roja)가 바로 그곳이다. 오징어 게임 세트장 같이 생긴 이 건물은 스페인의 건축가 Ricardo Bofill이 건축한 이 아파트는 색깔뿐만 아니라 건축 양식도 독특해서 마치 레고로 지어놓은 집 같다.

요시고 작가의 사진전에서도 이 핑크 아파트를 찍은 사진이 메인으로 등장한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구조도 아니고 색감도 예뻐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보이는 것이 매력이다. 실제로 보는 것보다 사진으로 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인스타 그램에 어울리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파란 바닷가 근처에 요새처럼 지어진 아파트가 어우러져 레고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다만 개인 소유지이고 실제로 아파트 내부에 주민들이 살고 있어 사진 촬영이 용이하지는 않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때도 사진을 찍으려던 우리에게 아파트 주민이 나와 촬영하지 말라고 경고를 하기도 했다. 건물 주위에 있던 쓰레기 분리수거장과 주민들이 기르는 화분이 실제로 그곳에서 주민들이 살고 있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가끔씩 에어비앤비에 숙박이 올라오기도 한다고 하니 칼페에 온다면 핑크 아파트에서 묵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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