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현 Apr 06. 2022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성되고 난 후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완성시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가우디가 남기고 간  그 유산을 스페인 사람들은 100년 가까이에 걸쳐 짓고 있다. 성당은 2026년에 가우디 탄생 100주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데 실제 작업 속도로는 완공이 26년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고 한다.(실제 코로나의 여파로 더 지연되어 26년 완공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2011. 10  사그라다 파밀리아 전면


2017. 1 사그라다 파밀리아 전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카탈루냐어: 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ília, 스페인어: Templo Expiatorio de la Sagrada Familia)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짓고 있는 로마 가톨릭 성당이다. 또한 '사그라다'는 스페인어로 성스러운이라는 뜻을 가졌으며, 파밀리아는 가족을 뜻하기 때문에 성가족성당이라고도 불린다. 카탈루냐 출신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하고 직접 건축을 책임졌다. 이 건물에 대한 가우디의 작업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의 일부이며, 2010년 11월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성당에서 준 대성당으로 승격을 선포했다.

1882년 성당의 건축은 Francisco de Paula del Villar에 의해 시작되었다. 1883년 비야르가 사임하자 가우디가 수석 건축가로 취임하여 고딕 건축 양식과 아르누보 양식을 결합한 건축 및 엔지니어링 스타일로 프로젝트를 변형시켰다. 가우디는 그의 남은 생애를 프로젝트에 투입했으며, 1926년 73세의 나이로 사망했을 때 프로젝트의 1/4이 완료되었다. 가우디는 이 성당의 일부인 동부 성만 완성하고 죽었다.

수석 건축가인 조르디 파울리는 2015년 10월에 공사가 70% 완료되었으며 6개의 거대한 건물을 세우는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타워와 대부분의 교회 건축물은 가우디의 사망 100주년인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장식 요소는 2030년 또는 2032년까지 완료될 예정이라고 한다.

                                                                                     [위키백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그렇게 오랜 세월 지어지고 있는 성당은 세월의 흔적이 더해진 기존 건축물에 깨끗한 하얀 빛깔을 띈 새로운 조각상이 어우러져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지어진 시기에 따라 세월의 흔적이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이 나무의 나이테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나는 성당을 총 2번 방문했다. 2011년 유럽 여행길에 한번 그리고 2016년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한 번 더 성당을 볼 수 있었다. 방문할 때마다 아주 조금씩 달라져 있는 성당을 보며 다음번에 온 성당은 또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이 일어 몇 번이고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첫 번째 방문은 취직 전 서유럽 여행을 하던 중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한 친구의 스페인이 참 좋았다는 말 한마디에 급하게 일정을 바꿔 바르셀로나에 들렀을 때였다. 그때의 나에게 스페인은  즉흥적으로 방문한 날씨 따뜻하고 볼 것 많은 유럽의 한 나라일 뿐이었다. 몇 년 후 이곳에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특별히 호감이 있던 나라도 아니었지만 '가우디'와 이 '성 가족 성당'이 왠지 모르게 좋았다. 그동안 보던 흔한 유럽의 성당과 다른 건축 양식의 이곳은 무척 매력적이었고 특히 내부로 들어오는 빛이 참 아름다웠다. 자연의 모양을 본떠 건축했다는 데 기존 고딕 양식의 성당들이 크기와 그 알 수 없는 중압감에 압도되었던 것과는 달리 밝은 내부에 어느 공간에서나 햇빛이 나를 감싸는 느낌이 드는 그곳에서 알 수 없는 아늑함을 느꼈다. 완성이 되려면 한참 남았다는 데 완공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이곳에 꼭 다시 오겠다는 특별한 바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좌)2011.10 / (우) 2017.1



 

 두 번째는 2017년 스페인이 어쩌다 들르게 된 여행지에서 살게 되며 사랑에 빠진 나라로 바뀐 바로 그 해였다.  2017년의 나는 알리칸테에서 8개월을 지내며 새해를 맞아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 오게 되리라고 생각지도 못한 그 성당에 다시 가게 되었다. 어린 시절 보고 한동안 보지 못했던 사촌동생을 갑자기 보게 된 기분이었다. 얼마나 컸을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함에 성당으로 가는 길이 몹시 설렜다.


 성당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고 크레인으로 커다란 첨탑이 올라가고 있었다. 6년이라면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닌데 성당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공터에 마천루가 들어선 모습에 익숙해서인지 속도가 답답하기도 했다. 전에 비해 성당 뒤쪽 출입구에 새로운 조각상들이 보였고 기둥도 여러 개 올라와 있었지만 왠지 그 변화는 미묘했다. 하지만 그 미묘한 변화가 좋았다.


 새롭게 높이 올라간 성당 안에서도 나는 전에도 보았던 성당에 들어오는 그 빛이 제일 좋았다. 그 빛은 변하지 않았다. 성당 내부 전시실에서 가우디가 나뭇잎과 곤충의 모양을 연구해 설계했다는 건축 구조 모형을 한참 봤지만 그런 어려운 이론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천장에서 낙엽처럼 떨어지는 빛 아래 앉아 십자가를 바라보며 가우디가 만들고 싶었던 성가족 성당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각했다. 그가 만든 구엘 공원이나 성 가족 성당에서 모두 나는 자연빛이 온 몽에 주는 따뜻함을 느꼈다. 외로운 사람이어서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그의 외로움이 내게 따뜻함을 주었으니 고맙기도 했다.

 

(좌) 2011.10 / (우) 2017.1


 

 가우디의 역작인 이 성당을 초기 디자인 그대로 구현하려고 노력하느라 성당이 다 완공이 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 같았다. 그의 생각대로 성당이 지어지기만 한다면 100년도 더 걸려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하나 바뀌어가는 성당과 함께 나이 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인생도 그런 것일까. 성 가족 성당이라 그런지 나중에 나이가 들어 내 아이들과 함께 완공된 성당을 보게 되면 참 기쁠 것 같았다. 2026년이건 2040년이건 완공된 성당에 세 번째 방문은 이제 내 인생의 계획이 되어버렸다. 100년이 넘게 걸린 성당의 완공을 볼 수 있다면 후대가 볼 역사책 한 페이지에 나도 남겨질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 것 같다. 6년 전의 내가 여기서 살게 될 줄 생각도 못했던 것처럼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성당과 함께 나이들 수 있어서 기쁘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이전글 사서가 본 전자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