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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Apr 13. 2022

경제가 어려울 때 도서관은

 흔히들 도서관은 경제위기와 크게 관련이 없는 기관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나라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 혹은 재단이 운영하는 도서관 모두 예산 감축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예산이 줄어들면 대부분 도서구입비가 감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 예산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도서구입비가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실 예산 감축 결과로 도서구입비가 감소되는 폭은 생각보다 작다. 일반 시민들이나 이용자들 예산을 승인하는 의회의 의원들 모두 도서구입비 예산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편이다. 경제상황이 어렵다고 책을 살 돈을 줄인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들 반발한다. 의원들 역시 책 살 돈을 깎는 매정한 의원이라 불릴까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물론 재정적으로 많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도서구입비 역시 감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총예산에서 감축해야 한다면 도서구입비를 줄이는 대신 다른 항목을 먼저 줄여보려 노력한다. 행사를 축소하고 행사 운영비를 줄인다던가 노후된 물품 교체비나 물품 구입비를 줄인다. 줄이고 줄이다 안되면 도서구입비에 손을 대는 식이다.


 의외로 예산 감축으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바로 인력이다. 인력을 줄이는 것은 밖에서 보기에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2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하면 되고 서비스는 지속되고 있으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


 "도서관에서 사람을 빼서 총무팀으로 데려갔어."

 "신규 채용하기로 했던 자리를 취소했어. 대신 그 업무를 맡게 되었어."

 "계약직 자리를 없애겠대. 채용을 더 이상 하지 않는대."


 최근에 대학도서관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가진 모임에서 나온 말들이다. 공립 기관에서도 인력 감축이 이루어지지만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무래도 경제상황에 영향이 더 받는 사립대학도서관이나 재단이나 공단 소속의 도서관이다.   


 긴축재정을 유지하느라 사람은 더 뽑을 수 없고 인력이 필요하니 도서관에서 멀쩡히 일하던 사서를 데려다 다른 업무를 시키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 하나를 데려다 총무팀 급한 불을 끈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보면 총무팀은 인력이 늘었지만 도서관에서는 하나가 나간 셈이다. 그 떠나는 사람이 했던 일들은 남은 이들이 나눠서 해야 한다. 인력을 뺀다고 일을 줄여주지는 않는다. 하던 업무는 유지하되 새로운 사업도 추가해야 한다. 예산이 줄었다고 실적을 안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찌어찌 업무를 나눠 갖고 도서관은 돌아가고 밖에서 보면 인력이 빠졌는데도 전혀 문제없이 돌아간다. 역시 도서관은 일이 없구나라고 생각한다. 전에 비해 서비스가 어떻게 떨어졌는지 직원이 본인이 하던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하느라 허덕이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계획되었던 신규채용을 없애거나 있던 자리를 빼는 것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어디에서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내 느낌은 이런 일들이 도서관에서 더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도서관 인력을 하나 없앤다고 해서 직원들 월급이 지급이 되지 않거나 업무가 마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도서관을 더 많이 찾는다 구입해서 보던 책을 빌려보게 되고 돈이 제법 들어가는 전시회나 공연을 보는 대신 도서관에서 하는 문화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이용자들을 위해 서비스하는 것도 도서관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줄어든 예산과 인력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한다. 현실에 맞춰서 말이다. 인력을 더 달라는 도서관의 요구가 들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사서들은 그 현실에 맞춰 어떻게든 버텨낸다.


 10여 년 넘게 수서 업무를 하던 선배 사서를 대학 내 다른 부서로 보내게 된 친구는 원래 하던 업무에서 전산을 추가하게 되었다. 같이 업무를 하던 비정규직 선생님도 올해는 뽑지 않는다고 했다. 새롭게 맡은 업무를 익히느라 정신이 없다는 친구는 대학도서관 평가 관련 서류도 작성해야 한다. 사람은 줄어들었지만 실적이 뒤쳐져서는 안 된다.


 도서관은 경제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크게 잘못된 것 같다. 팀장님은 올해 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도서구입비라도 동결되어 다행이라고 했다. 돈이 적게 들고 큰 효율이 나는 사업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기본이 튼튼한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본을 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기본을 잘하는 것은 티가 나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내 친구는 새로 맡은 전산 업무를 또 훌륭히 해낼 것이다. 그러면 내년에는 또 한 자리가 비고 친구는 또 다른 업무를 맡게 되려나. 친구가 잘 해내지 못했으면 좋겠다. 사람이 더 필요했구나라고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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