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과 도전, 그리고 만남

어둠 속에서 더 예리한 칼날을 갈 수 있습니다.

by 반은섭

1993년 6월의 어느 날, 수백 명의 수학자들이 영국 캐임브리지 대학교의 아이작 뉴턴 연구소에 모였습니다. 수학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수학자가 350여 년 동안 수많은 수학자들을 괴롭혔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페르마(Pierre de Fermat, 1607~1665)가 남긴 글 (출처: 위키피디아)


프랑스의 법관이자, 수학자였던 페르마는 고대 그리스 수학자 디오판토스(Diophantus)의 저서인 산술(Arithmetica)'을 읽으면서 여백에 많은 주석을 남겨놓았습니다. 그 주석들은 수학적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풍부했습니다.


여러 개의 주석 중에서 단 하나의 주석만을 제외하곤, 페르마 사후에 모두 옳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하나가 위에 있는 문장입니다. 페르마가 1637년에 남겨놓은 것으로 후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Fermat's Last Theorem)”로 불리며 수학에서 가장 유명한 미해결 문제로 남아있었습니다.


페르마가 남겨 놓은 문장을 수식을 이용해 다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3 이상의 자연수 n에 대해서 a^n+b^n=c^n을 만족시키는 0 이외의 정수 a, b, c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경이로운 방법으로 증명했지만, 책의 여백이 좁아서 여기에 옮기지는 않는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300년이 넘게 당대의 최고의 수학자들에게 도전과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어떤 수학자는 평생을 이 문제에 몰두하다가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미해결 문제는 없나 봅니다.


영국 출신의 프린스턴 대학 수학 교수인 앤드류 와일즈(Andrew Wiles, 1953~)에 의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비밀이 한 줄씩 풀리게 된 것입니다. 아이작 뉴턴 연구소에 있던 와일즈 교수는 마지막 수식의 마침표를 찍은 후 분필을 놓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쯤에서 끝내는 게 좋겠습니다.


사실, 와일즈 교수는 7년여 만에 대중에게 나타난 겁니다. 그는 자신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증명에 도전한다는 것을 동료에게 숨겼습니다. 긴 시간 동안 아무런 논문도 발표하지 않고, 연구실과 집의 다락방에서 숨어 지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학계를 떠난 것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2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논문을 들고 자신의 모교인 캐임브리지 대학교에 나타나자 많은 수학자들이 놀랐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동료들은 사흘 동안 진행된 강의를 듣고 모두 와일즈의 증명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두어 달 뒤 그의 증명 과정 일부분에 사소한 오류가 있음이 발견되었습니다. 처음 오류가 발견됐을 때 와일즈 교수는 무척 담담했다고 합니다. 사소한 오류이므로 손쉽게 수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죠. 그러나 그것은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증명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몇 달이 지나도록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와일즈 교수의 기분이 어땠을까요.


여러 번의 시도와 실패가 반복됐습니다. 그는 앞서 이 문제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수많은 수학자들을 생각하며, 결국에는 그들과 같이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더 절망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침내 와일즈 교수는 결국 오류를 바로잡는데 성공합니다. 무려 1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와일즈 교수는 훗날 BBC 특별 프로그램에 출현해 당시의 이 암흑과 같이 긴 터널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울먹였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순간이었고,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포기하기 직전에 이르렀을 때, 이 부분을 피해 갈 중대한 발상이 떠올랐다고 고백했습니다. 일본의 한 수학자가 수년 전에 발표한 정리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제자와 함께 오류를 수정한 두 번째 논문을 완성하게 됩니다. 드디어 1995년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완벽한 증명이 저명한 수학 저널 "수학 연보" 특별판에 수록되었습니다. 그는 증명의 오류 수정의 과정까지 합하면, 총 8년여를 두문불출하고, 한 가지 문제만 생각했습니다. 그의 회고록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저는 8년 동안 한 가지 문제만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단 한시도 그 문제를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한 가지 생각만으로 보낸 시간치고는 꽤 긴 시간이었지요. 저의 여행은 이제 끝났습니다.”


그는 인생의 최전성기에 마치 수도승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 문제에만 몰두했습니다. 이 과정은 매우 비밀스럽게 진행되었습니다. 연구 결과들을 여러 뭉치로 나누어 보관하고, 자신의 아내에게만 모든 내용을 털어놓았다고 합니다.350년의 난제를 완벽히 해결하기 위하여 어둠 속에서 8년간 사투를 벌인 것입니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야 하는 시련이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하지만, 담대하게 이겨낸다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만날 것입니다.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 땔나무 위에 눕고 쓸개를 맛본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교훈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우리 인류는 코로나 19라는 긴 터널에 들어와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 학생들은 가정에서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세상과 만나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가야 끝이 보일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어둠 속에서 더 예리한 칼날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십시오. 깊이를 알 수 없는 내공을 만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기기 바랍니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캐임브리지 대학 강단에 선 와일즈 교수처럼, 멋진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 당신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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