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10년의 징크스가 됩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첫 연애가 나머지 모든 연애를 관여하게 된다는 말도 있다.
잘못 꿰어진 첫 단추는 누군가에겐 오랜 징크스가 된다. 대학 졸업 후의 나의 이야기다.
졸업을 했다. 남들이 흔히 아는 대학 때부터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해온 케이스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대학 시절 내내 놀았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 불안해서 애매하게 놀고 생각이 많아 진득하게 스며들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휴학 없이 논스톱으로 대학을 다니면서 학내 활동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며 다녔다. 다만 인문예술계다 보니 도무지 학교 자체도, 선배도 후배도 동기도 취업에 관심이 없었달까. 순수하게 학교에서 배우는 전공이 좋아서 들어간 곳이었다.
마지막 수업에서 교수님이 졸업의 소감을 반 학생들에게 물었다. 다들 너무 아쉽다. 앞으로 이런 시간들이 다시 올까요, 그런 학생들의 소감과 달리 나는 말했다.
졸업해서 너무 좋아요. 히히
반에서 가장 어렸던 현역의 나는(우리 과는 N수생의 비중이 높았다.) 명랑하게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기숙사를 처음 떠나 새 자취방으로 이사를 할 땐 부푼 마음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 나 이제 사회초년생이야!
첫 회사의 취업준비는 알바준비하듯이 막 넣어보았다. ‘나는 글 쓰는 걸 잘하고, 교지도 만들었으니까 에디터가 되겠어.’
이런 마음이면 되는 거 아냐? 단순했다. 나 멋진 에디터가 될 건데? 회사의 경제적 능력이나 유망성, 성장가능성, 그런 것을 볼 줄도 모르고, 조언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너의 꿈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봐! 주변에선 다 그런 반응이었다.
어른이 되면 진짜 책임이라는 게 있다. 내가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그것의 온전한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네가 원해서 한 거잖아? 이럴 줄 몰랐어? 그것도 다 감당해야지. 당연히 이럴 줄 모르고 시작한 일인데요, 라며 억울해하기에는 나는 어른이라는 걸.
나는 사람인에서 처음 들어보는 신생 출판 스타트업에 지원을 눌렀다. 집도 가깝잖아! 대기업이 좀 투자도 해주는 것 같은데?!
나는 그 회사에 맞게 자기소개서와 지원동기를 수정해서 어렵지 않게, 또 빠르게 지원을 완료했다. 버스를 타고 미용실에 가는 길에 바로 전화가 왔다. 버스 안이라 정류장 안내 음성도 개입되고 이동 중이라 정신이 없었지만(삐빅- 승차입니다. 삐빅-하차입니다) 대표는 한 시간 동안 전화를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며칠 뒤 빠르게 면접이 잡히고, 나는 내가 가진 가장 단정한 옷을 꺼내 입고 면접에 나섰다. 건물이 소소하군. 뭐! 영웅 서사는 이렇게 작은 데서부터 시작하는 거 아니냐? 문을 열자 안경을 쓴 두 사람이 무미건조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