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부터 임금체불 4

고용 형태는 3.3% 계약입니다.

by 권이름

우리 팀은 총 네 명이었다. 나와는 경력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들만 셋이었다. 나만 갓 졸업한 20대 초의 막내였고, 다들 30대 중반에 들어선 분들이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탓에 마냥 좋을 때라며 나를 예쁘게 봐주기도 했다. 그런데 대부분 선배들은 자리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막내로서 예쁨을 받았다기엔 방치되어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때요? 요런 분을 섭외해도 될까요?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질문이 많은 거 아닌가, 어차피 피드백도 느린데, 일단 하는 데까지는 스스로 해야지 하며 검열을 하기 바빴다.



선배들과는 메신저로 주로 업무 관련 소통을 했다. 원고를 마감할 때나 기획에 대한 컨펌을 할 때도 가끔 밖에 나가 있는 그들에게서 느린 피드백을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다. 그들은 취재나 외근으로 자리를 비울 때가 많았다. 나는 차분하게 혼자 있는 시간을 그럭저럭 보내는 법에 대해 알게 되는 듯했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배 세 분 모두 다 다른 일을 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채용 공고를 내고 처음 들어온 사람이 나 하나였고 나머지 선배들은 다 아는 사이로 회사 합류 후에도 원래 하던 일감을 계속하는 듯 했다. 연차가 오르면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 하고 끄덕, 나는 선배들이 부러웠다.




부러운 이유는 계약한 연봉이 정말이지 쥐똥만했기 때문도 있었다. 풀타임 알바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적은 것 같았다. 월세 50만원을 떼고 나면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가. 나는 매일밤 가계부를 적기 시작했다. 쓴 돈은 아주 하찮은 것들로 모여 이루어진 거대한 쓰레기 산 같았다. 체감상 난지공원쯤. 자연스레 주말엔 알바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마이너스가 나는 가계부를 더러 엄마에게 SOS를 외치기도 뭣했다.



월급을 받고 생활을 하면 미래를 위한 저축을 생각할 틈도 없이 마이너스가 되어버렸다. 주거비라도 아낄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 월세는 왜이렇게 비쌀까, 자취방의 부동산 임대계약서의 집주인 이름을 물끄러미 보았다. 좋은 데 사시네. 그와중에 배는 자주 고팠다. 다시 대학 기숙사생 시절의 내가 된 듯한 기분.




다들 이렇게 사는 거 맞아? 나는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어 업계에서 네임드가 된 사람들의 인터뷰를 찾아봤다. 막내시절은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박봉이라도 무조건 견디는 시간. 버티는 시간. 그런데 그 시간들이 자기를 만들었다고.




이 시간들이 나를 어떻게 빚어낼까.




라면을 끓여먹으며 나는 주말에는 과외 알바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대학 시절 근로장학생도 하면서 과외 알바를 했던 대학생 때와 생활은 다를 게 크게 없었다. 나도 얼른 선배들처럼 연차가 쌓이면 투잡 뛰어야지(?). 그러면 버는 돈도 다르겠지? 커리어에 레퍼런스가 딱히 없었던 그 시절 나는 월급에 찍히는 돈이 두 배 세 배가 되는 걸 상상하며 존버를 위한 강제 갓생 라이프에 돌입했다.








"엠마 씨 잠깐 얘기 좀 할까요?"


골방 같은 사무실에서 앉아서 원고를 쓰고 있던 나를 대표가 불렀다. 어디 회의실에 들어가지는 않고 복도에 서서 그는 내게 말했다.


"수습 기간 동안은 3.3%를 적용하려고 해요."


"삼쩜삼? 그건 뭐예요?"


"월급을 받으면 나라에 세금을 내야하거든요. 근로계약이 아니라 일용계약 같은 건데, 그게 세금을 덜 떼서 엠마 씨가 받는 실수령액에서는 그게 나을 거에요. 어쨌든 수습기간 지나면 근로계약으로 전환할 거니까 걱정은 안해도 되고요."


"아...... 네네"


난 둘의 차이를 잘 몰랐지만 어쨌든 실수령액이 3.3%을 떼는 게 더 나을 거라고 하니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계약서를 썼었나? 나는 자리로 돌아와 검색을 해보았지만 뭐가 좋은 건지 잘 몰랐다. 수습 기간만 일용소득으로 찍고, 그 이후부터는 정규직으로 정식 고용해서 4대 보험을 낸다고요? 찝찝한 마음이 들었지만, 왜 그러자고 그러는 건지 대표의 속셈이 궁금했지만 어쨌든 저임금에 허덕이는 나는 한푼이라도 더 받는 것에 동의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차이가 큰지는 알 수 없었다. 실제 급여 명세서를 받아야만 알 거 같았는데, 아 그런데 급여 명세서를 주긴 주나? 어디서 주워 들은 건 있지만 이 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런 걱정도 잠시, 나는 취재진 섭외를 위해 전화를 돌리고 신입 에디터로서의 활동을 차근차근 쌓아나갔다. 이렇게 어른처럼 전화를 돌리는 내가 너무 대단하잖아! 이것 좀 보세요! 나를 보세요! 나 이제 어른이에요. 나는 어느새 기획과 섭외, 취재, 원고 작성, 교정, 발행까지의 루틴에 익숙해져갔다. 한 권의 책이 되어 내 손에 잡힐 때까지의 시간이 짜릿하고 재밌었다. 내 이름이 박힌 페이지, 인터뷰이를 만날 때마다 새롭고 신기한 이야기들을 전해듣고, 잔뜩 자극을 받아 오는 것도 행복했다.









"아니 왜 월급 안 들어와?"


그로부터 8개월 뒤, 3.3%를 떼던 요상한 수습기간이 지나고, 선배들과도 좀더 라포가 형성되었을 무렵 사무실의 분위기가 묘해지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그날은 급여일이었다. 평소보다 늦나보죠! 입금이 좀 늦어지나본데요? 아무렇지 않은 듯 나는 원고를 쓰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명랑한 나였다.



회사 돈 없는 거 아니냐며, 선배들은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얼마 뒤 대표가 찾아왔다. 사무실에 있던 선배를 불러서 이야기를 좀 하자고 했다. 갑자기 그때부터 불안하기 시작했다. 월급이 안나오면 어떻게 되지? 나 생활비는? 몇 시간이 지나도, 선배와 대표는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마침내 한참 뒤 퇴근 무렵이 되어서야 나와 가장 친한 선배가 말했다.





"오늘은 월급이 좀 늦을 거래! 미리 알아두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우리 다음주에 팀장님이랑 다 같이 이야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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