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부터 임금체불 5

오늘도? 오늘도 안준대요?

by 권이름


안심시키려는 듯 별일 아닐 거라고 말하는 선배의 말이지만 초조해졌다. 월급날로 맞춰 놓았던 카드 대금일. 포털에 카드값을 연체할 때 신용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색했다. 월세를 낼 때까지 날짜는 조금 남아있었고, 선배들의 부업 열풍에 따라 시작한 알바도 여전히 하고 있었기에, 신용 하락은 당장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맞나? 알바를 하고 있어서 다행인 게 말이다. 역시 선배들의 선견지명은 이런 거라며, 월급이 밀릴 때를 데뷔해서 투잡을 해 다행이라는 게.




매해 다이어리를 사곤 했다. 중요한 일정관리부터 그날의 일기나 떠오르는 좋은 문장을 받아 적기 위해 교보문고, 스타벅스에서 구매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점차 다이어리에 적게 되는 것들은 돈에 관련된 것 뿐이었다. 월별 캘린더에는 언제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지, 주간 플래너에는 문득 지출이 불안해질 때마다 휘갈겨 쓴 지출과 수입에 대한 정리들이 산만한 메모처럼 쌓여갔다. 알바 일정, 그로써 들어오는 돈의 날짜들만 가득찼고, 어떤 문장들이 내게 남아있는지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하루에 한 끼 먹기 도전, 치킨 참기, 그래도 거지같이 보이진 말아야지 따위의 메모.




임금체불은 매일의 희망과 좌절이 쌓아서 만든 모래성 같은 시간이다. 혼자 격앙되어 씩씩대면서 '왜 돈 안줘? 이씨!' 하며 분노에 차서 희번뜩하며 혼자 잠을 설치는 나날들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뭔데? 나는 모종의 이해를 해보려 노력한다. 보이지 않는 회사 통장의 돈의 흐름에 대해 상상하는 게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인 듯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딘가 거래처로부터 받을 돈이 있는데, 그게 그 거래처의 모종의 이유로 늦어지는 거라고, 그쪽도 사정이 있겠지, 그런 이해를 하다가도 내가 그걸 왜 이해해야 하지? 되물으며 또 희번뜩 눈을 부라리다, 다시 차분해지는 이상한 분노조절장애 상태가 되어간다.




오늘도? 오늘도 안준대요?




그렇게 속절 없이 몇 주가 지나가면서, 다른 회사를 다녀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예 차라리 전업 알바를 하는 게 낫겠다며 친구에게 말했다. 일본에는 프리터족이 있대. 그러니까 알바만으로도 생활하는 거지. 하긴 그게 낫겠다야. 최저임금 모아서 전일제로 알바한다치면 우리 지금 월급이랑 다를 바가 뭐냐. 글쎄? 존나 버티는 거지. 존버. 같은 시기 고향서부터 상경해 대학 졸업 후 여러 알바를 하던 친구는 당시 웹에서 유행하던 존버론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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