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부터 임금체불6

“25살 여자, ㅈㅅ에서 임금체불중 이거 맞음?”

by 권이름

"헐 거기 회사 이름이 뭐야? 잘 좀 알아보고 들어가지."



고향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나는 회사가 월급을 안주고 있으며, 첫 회사부터 임금체불인 내 불행을 전했다. 누군가는 생각한대로 바로 말을 했고, 누군가는 내 감정을 읽었는지 위로를 했다. 야 네 잘못은 아니지만 진짜 오래다닐 회사는 아닌 듯. 맞아 내가 순진했어 단순했어. 나는 이 사단이 난 첫 회사 생활을 복기하며 내가 뭘 잘못했는지 되짚어봤다.


그래, 대표가 전화로 1시간이나 떠든 것부터가 문제였다 너 취업포털에서 고용인원이나 퇴사인원 수 같은 거 좀 봤어? 근데 스타트업이 뭔데? 왜 돈 줄 능력도 없으면서 사업하겠다고 설치는 거야. 그래도 돼? 근데 입사 했는데 회사 선배들이 투잡을 하는지 어떻게 알아? 사거르는 방법 없냐? 좀 천천히 준비하면서 취준하지 그랬어. 그냥 내가 전공부터 잘못 선택한 거 아닐까? 내 학교가 문제지 뭐.



그럴 걸, 자조와 냉소는 마르지 않는 안주처럼 솟아났다. 이가 깨진 소주 잔에 소주를 채워넣었다. 실컷 이야기를 하고 나니 내 사정이 부끄러워졌다. 위로해주는 친구들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내 마음 어딘가는 단단히 꼬여가고 있었다. 그냥 하는 말도 다르게 들렸다. 사람들의 걱정어린 시선을 한 눈에 받는 게 어색하고 민망하고, 쪽팔리기 시작했다. 비싼 등록금을 주고 다녔던 학교는 왜 이런 걸 가르쳐주지 않았나 나에게. 그저 월급이 밀렸을 뿐인데, 나는 대학 시간 창작물을 합평받듯 그동안 지내온 내 삶의 선택들에 대해 셀프 합평을 하고 있었다.



“그래 취업이 안되는 모든 행위들이 쓸 데가 없네.”

소주를 두 병 정도 마시고 귀가하는 지하철에서 나는 대졸 초임 평균 연봉을 취업 포털에서 뒤지고 취업 카페의 채용공고들을 찾아봤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야? 나는 익명으로 운영되는 카페에 글을 올렸다.



“25살 여자, ㅈㅅ에서 임금체불중 이거 맞음?”

뒤이어 핸드폰 푸시 알람으로 댓글의 내용들이 쌓였다.



“루저 특: 취준부터 제대로 안하고 징징거리기부터 함”


대댓글로 22, 33, 44, 55, 66이 달렸다.


“사양 산업 고른 것부터가 노답”




너무 순진하다고, 취업준비도 제대로 안했으면서 바라는 게 많다는 댓글 여론에 핸드폰을 침대로 던졌다. 억울한 마음이 스멀스멀 치고 올라왔다. 인터넷 세계는 냉정하여 위로를 해주는 법이 없었다. 나의 순진함, 세상물정 모르고 징징거리는 태도가 댓글창의 주요 논점이 되어갔다. 고생했다거나 힘내라는 말은 오프라인의 고향 친구들처럼 예의상으로도 단연 없었다.



… 나도 제대로 준비를 했다고는 할 수 없었지, 대기업에 갈 생각은 안했으니까. 애초에 대기업에 걸맞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흔히들 대기업 취업에 필요한 인적성 공부를 내가 해본 것도, 한국사나 토익을 한 것도 아니었다. 에디터라면 필요한 것은 대학 시절의 편집 수업과 교내 활동으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사실 맞았다. 그 누구도 너 삼성 현대 준비하듯이 공부해야 해 라고는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더 책을 읽고, 더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면 된다고 생각했다. 네임드가 된 작가나 에디터는 다들 조그만한 회사에서 시작한다고, 막내로서 견뎌야 하는 일들이 있었다고, 박봉은 기본이라는 게 내가 보고 들은 정보의 전부였다. 나는 좋아하는 문장에 줄을 긋고, 좋아하는 책의 내용을 SNS에 올리고, 책 모임에 더 기웃거리는 편이 나와 가까운 미래라고 생각했다.



점점 나는 말을 아꼈다. 말해봤자 부끄러워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그저 조용히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다이어리에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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