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갈 때마다 언제나 정겨운 느낌이 든다. 사람, 음식, 풍경 한국과 이질적이지만 뭔가 친근하고 거부감이 들지 않다.
와이프의 도시인 도쿄에 가면 특히나 더 그렇다.
나는 시골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도시를 더 좋아한다. 반짝이는 불빛, 수많은 인파 등 볼거리도 많고 또 가볼만한 곳도 도시 밖엔 없기 때문이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시골의 자연이 아름답고 평화롭기는 하지만 도시의 화려함이 나에겐 더 끌린다.
이런 도쿄 이 아름다운 도시에 내가 가지고 있는 추억은 너무 많다. 생일날, 보트 위에서 오코노미야끼와 몬자야끼를 먹었던 기억, 아사쿠사에서 인력거를 처음 타 본 기억, 불빛이 반짝이는 도쿄타워의 야경 등. 이 낭만 가득한 추억이 많기에 도쿄란 이 도시는 더 특별하다.
도쿄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유난히 빠르게 흐른다. 눈을 뜨면 햇살이 부드럽게 방 안으로 스며들고, 문을 나서면 바쁜 인파 속에서도 나만의 리듬으로 걸을 수 있다. 낯선 도시인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꼭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같은 도시다.
골목을 걷다 보면 별다를 것 없는 풍경도 내겐 전부 특별하다. 정겨운 사람들의 모습, 눈인사로 지나친 동네 고양이, 그리고 무심하게 흘러나오던 상점가의 음악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가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조용히, 하지만 깊이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곳에선 시간을 붙잡고 싶어졌다. 조금 더, 정말 조금만 더 머물고 싶었다. 와이프와 나란히 앉아 나눈 말들, 괜히 웃음이 터졌던 순간들, 밤늦게까지 거닐던 거리의 불빛. 그 모든 것들이 돌아오는 길에 자꾸 떠올라 마음을 붙잡는다.
공항으로 향하는 전철 안, 창밖의 도쿄가 점점 멀어질수록 마음은 자꾸 뒤를 돌아본다. 뭔가 두고 가는 것 같은 기분. 아쉬움이란 단어로는 다 담기지 않는 감정이 마음에 가득 찬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조용히 다짐한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오겠다고. 같은 장소를 다시 걷더라도, 그땐 또 다른 나로 이 도시에 안겨보고 싶다고. 도쿄는 내게 그런 곳이다. 떠날수록 더 깊어지는 도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자꾸 자라는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