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 이러다 손가락이 부러질 것 같아.

by 메이 메이

나는 불안한 인간이다. 내 몸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불안은 혼자 있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튀어나왔다. 저 아래 밑바닥에서 안개처럼 스멀스멀 밀려오는 불안을 어찌하지 못해 울다가 잠든 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이런 불안은 아이들이 커갈수록 점점 더 커져갔다.

아이들이 어릴 때, 나는 무척 행복했던 것 같다. 귀여운 눈망울을 하고 24시간 내게 기대어 있는 존재들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이들을 위해서라면 나는 모든 것을 기꺼이 주어도 좋았다. 별로 바라는 것도 없었다. 그저,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네가 웃어주면 나도 좋아.

나는 딱 그 마음이었다.

내 불안함이 최고조에 달한 건 작년 겨울,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였다. 그동안 꽁꽁 숨어있던 불안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는 중학생이 된 아이가 하나도 사랑스럽지 않았다.

교복을 입고 내 앞에 서 있는 그 아이가 낯설기만 했다.

나는 아이에게 꽉 달라붙은 저 교복을 당장이라도 벗겨 버리고 싶었다. 천진난만하게 웃던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고만 싶었다.

아, 나는 이제 너를 어찌 키워야 할까.

아이를 곁에 두려 하면 할수록 아이는 반항을 했다.

가장 소중한 걸 아낌없이 주어도 아이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아이의 변화가 두렵기만 해서, 나는 혼자 날 뛰었다. 완전 미친년이 따로 없었다. 불면 날아갈까 봐 살금살금 대했던 아이를 마구 혼냈다. 웅크리고 누워 내 입에서 나오는 험한 말을 듣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울었다.


도무지 이래서는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해무가 낀 바다를 사랑한다. 사랑스러운 그 바다, 평소에 나는 바다는 파도를 품고 있기에 더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했다. 밀물과 썰물과 함께 너울거리는 파도, 첫째 아이를 향해서 꽉 붙잡고 있는 실타래를 느슨하게 풀어야 한다고, 그래야 아이도 파도처럼 내 곁을 오고 가며 바다처럼 크게 자라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울었다. 불안이 잠식한 깊은 밤, 미친년이 된 내 앞에서 웅크린 아이처럼 몸을 돌돌 말고는 나는 울고 또 울었다. 아아, 너를 깊이 사랑하긴 했나 보다. 나의 찐 사랑을 받은 너는 아마 나보다 더 큰 사람이 될 테지.


불안이 밀려오면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를 위해, 또 너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다. 그때, 눈에 띈 것이 실타래였다. 이 실로 무얼 만들어 볼까. 인터넷을 검색해서 반짝이는 실을 샀다. 떴다 풀었다를 반복하면서 한 땀, 한 땀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 처음 만든 건 호빵수세미였다. 기다란 실이 내 손 안에서 둥근 모양이 된다는 게 마냥 신기했다. 나는 빵을 굽듯, 호빵을 만들어냈다.

겨울이 깊어지자 뜨개질은 호빵에서 목도리로 종목이 바뀌었다. 자꾸만 실을 사는 내게 남편이 눈을 흘기기도 했다. 남편은 소파에 앉아, 하루 종일 뜨개질을 하는 내가 답답한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실을 놓지 못했다.

정성껏 만든 음식을 아이가 먹지 않을 때, 내 앞에서 퉁퉁거리던 아이가 친구 앞에서 환하게 웃는 것을 볼 때, 학원에서 늦게 귀가한 아이가 마냥 안쓰러울 때.

잘하고 있는 건가, 내 아이만 뒤쳐지는 건 아닌가 불안이 밀려올 때, 나는 주섬주섬 뜨개질을 잡았다. 그 사이, 봄은 오고 가고, 어느덧 여름을 앞둔 계절이 되었다.

내 뜨개질은 이제, 여기까지 발전을 했다.

네모난 모양 하나를 모티브라 한다지. 이 모티브가 13개가 되면 작은 가방이 된다고 한다. 13개의 모티브를 촘촘하게 엮어 가방 하나를 만들려고 한다. 아아, 실은 뻑뻑하고 눈은 침침하다. 가운데 손가락이 꼭 잘려 나갈 것만 같다. 뜨개질을 하는 동안 머릿속으로 여러 생각이 오고 가고, 내 불안은 개구쟁이처럼 불쑥 얼굴을 내민다.

잊고 있었니? 나 여기 있어.

아, 방심했다. 장난꾸러기 같은 불안, 이런 개구쟁이 같으니라고. 그럴 때면 나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한다.

"한 코, 두 코, 세 코. 집중하자, 집중!"

그러는 사이, 손 끝에서는 작고 귀여운 가방이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