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준비 운동, 시작!”
오전 8시 35분.
학교 운동장 트랙 시작점에 6명의 아이가 모였다.
호각 소리에 맞춰 스트레칭을 마친 아이들이
줄줄이 내 옆을 지나 달려 나간다.
나도 그 뒤를 쫓는다.
우리 도움반 아이들의 아침은
이렇게 운동장에서 시작된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뛰기로 결심한 건,
가슴 한구석에 무겁게 남은 어느 날의 기억 때문이다.
몇 해 전, 교무실에 다녀오던 길에
화단에 웅크리고 앉은 아이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 반 준일이었다.
통합학급 수업 중이었어야 할 준일이는
왜 교실 밖을 서성이고 있었을까.
“준일아, 여기서 뭐 해? 친구들은?”
“저기... 교실에... 어려워요. 심심해.”
통합학급의 사회 수업은 모둠 활동으로 진행 중이었다.
준일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과제와
분주한 친구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몰래 빠져나온 듯했다.
그날 본 준일이의 뒷모습에는
외로움과 포기가 짙게 배어 있었다.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 '나만 못한다'는
비교를 배우는 곳이 학교가 될까 봐 덜컥 겁이 났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고 싶었다.
준일이가 성취감을 맛볼 방법을 찾다가
장애 학생 체육 대회의 역도 종목을 떠올렸다.
하지만 기술보다 중요한 건 바닥까지 내려간 자신감과
기초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매일 아침 25분간
운동장은 우리 차지가 되었다.
처음엔 주눅 들어 멀뚱히
나를 바라만 보던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 발바닥으로
지면을 차고 나가는 감각이 쌓이자,
아이들의 뺨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운동은 단순히 몸만 튼튼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집중력과 자기 존중감이 근력과 함께 자라났다.
마침내 준일이는 도 대표 선수가 되어
멋진 선수복을 입게 되었다.
친구들 앞에 서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아이가
전국 대회에 나간다는 소식에
통합학급 친구들은 부러움 섞인 응원을 보냈다.
준일이는 스쾃, 데드리프트, 파워 리프트 부문에서
무려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교생이 모인 조회 시간,
단상에 올라 교장 선생님께 시상을 받는
준일이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이제 학교 복도를 지나갈 때면 선생님들은
준일이에게 엄지를 치켜세운다.
준일이는 더 이상 화단 뒤로 숨지 않는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반 아이들은
매일 아침 달린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멈추지 않는 아이,
무릎을 잡고 쉬면서도 끝내 트랙을 완주하는 아이들.
이제는 억지로 불러내지 않아도
아이들은 정해진 시각에 운동장으로 나온다.
학생이 성취를 맛보는 길은
꼭 교과서 속에만 있지 않다.
아이가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
세상 앞에 선보일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그것 또한 특수교사인 내가 짊어져야 할
가장 아름다운 책임임을 오늘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