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피디 <매일 아침 써봤니> 리뷰
소설가가 되려면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는 기존의 노하우에 미혹돼서는 안 된다. 기법이야 아무렴 상관없다.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어쨌든 쓴다’라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의 수지> 모리 히로시 저-
<매일 아침 써봤니> 중
생전 처음 블로그라는 것을 개설했다.
블로거는 센스가 있는 사람이 하는, 그러니까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몇 년째 놀고 있는 블로그 계정에 들어가 블로그 이름을 정하고 닉네임을 정하느라 하루 종일 걸렸다.
어쨌든 나는 블로거가 되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1일 1포스팅이란 것을 하게 되었다.
바로 이 책을 읽고 나서의 일이다.
<매일 아침 써봤니>
위대한 작가와 우리의 차이는 단지 매일 쓰느냐 쓰지 않느냐는 것
김민식 피디는 mbc 파업으로 유명해진 분이다. 그 뒤 웬 영어 학습법으로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요즘 나는 그 영어 학습법 대로 실천 중이다)
우연히 어느 글에서 김민식 피디의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어느 글’을 본 건 내 삶의 큰 변화를 가져올 ‘작은 무엇’이었기에 지금도 그 장면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싶지만 슬프게도 정말 생각이 안 난다) 그 길로 집 앞 도서관에서 빌려 바로 읽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글쓰기’라는 나의 오래된 욕구를 채워주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시종 재미있고 해학적인 목소리로 조근조근 말하는 그의 말투는 가볍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 목소리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깊은 울림으로 내 머리, 내 가슴, 내 손끝으로 퍼져가는 게 느껴진다. 독서 노트에 옮겨 적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매일 글을 써서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말해주고, 왜 매일 써야만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베스트셀러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도 블로그에 매일 올린 영어 공부법이 그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매일의 아무것도 아닌 기록이 모여 자신의 큰 흔적이 되는 것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변화는 쉽게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꾸준한 작은 습관이 어느 순간에 폭발적으로 삶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마치 얼음이 영하 4도, 영하 3도, 영하 2도, 영하 1도, 그리고 0도까지 그대로 얼음으로 있다가 0도를 지나는 순간 물로 변해버리듯이 말이다.
매일 글을 쓰는 일은 얼음이 영하 4도에서 0도까지 가는 과정보다도 어쩌면 더 긴 과정을 겪는 일일 것이다. 아무런 삶의 변화 없이 무작정 매일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 간단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 많은 작가들이 그렇게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그들이 다른 점은 위대한 작품을 썼느냐 못썼느냐가 아니라 결국 매일 글을 쓰느냐 쓰지 않느냐는 것이다.
1일 1포스팅을 하면서 느낀 것
작년 10월 경 블로그를 만들고 매일 하나씩 포스팅을 하고 있다.
확실히 브런치보다 부담이 적어 지금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 하나의 포스팅을 이어오고 있다.
아무 말이나 쓴다.
더 잘 쓰려 다듬지 않고 날 것 그대로 올리고 있다. 글의 품질을 포기하고 마감 하나는 확실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매일 포스팅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힘들어 포기하고 싶다가도 점심시간에 간 회사 근처 밥집의 음식 사진이라도 올리며 품평을 늘어놓고 잠을 청한다.
조금 자신감이 붙었다.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매일 글 쓸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그런 점에서 블로그는 나에게 참 고마운 존재다.
그리고 이제는 마주하기 싫었던 ‘브런치 매일 글쓰기’ 목표도 해보려고 도전 중이다.
김민식 피디의 따뜻한 말을 마지막으로 오늘 나의 매일 글쓰기를 마무리한다.
비범한 삶이라 기록하는 게 아니라
매일 기록하니까 비범한 삶이 되는 거라고 믿으며
오늘도 달립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