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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라 Feb 02. 2021

‘주말’이란 이불에 ‘폭’하고 담겨 ‘푹신하게’ 한가함

단조로움의 미학

주말 아침에 일어나서 앙 하고 베어 무는 크로와상이 좋다.

내가 크로와상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신랑이 파리바게트를 갈 때마다 쓸어 담아온다.

냉동실에 쟁여놓은 크로와상 하나를 꺼내 토스트기에 넣는다.

솔솔 풍기는 버터향이 벌써 나를 흥분시킨다.

크로와상 전문점의 비싼 고급 크로와상도 좋지만 나에겐 이것도 과분하다.

버터향을 맡으며 커피를 내린다.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이 주말의 한가함이 좋다.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주말을 기대하는 ‘불금’보다 ‘주말’이라는 이불에 폭하고 담겨 푹신한 한가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주말 아침이 더 좋다.

커피를 홀짝이다가 옆에 웃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신랑에게 나도 웃긴 표정으로 화답한다.

이제는 장난기 많은 남매가 된 우리 둘이다.


신랑과 그렇게 앉아 족히 2시간, 주중 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한다.

이름하야 ‘너와 나의 정기 수다 타임’이다.

이야기 주제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전날 본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가 단연 1등 소재다.

요즘 이슈가 되는 정치 이야기도 한몫을 한다.

그러다 답답해질 때면 집안 살림 이야기로 고개를 돌려 주말 꼬박 챙겨야 할 두 끼를 고민한다. 오늘 뭐 먹지? 내일은?


이제 주말은 한 주의 바쁨에서 잠시 비켜난 휴식을 위한 시간이 되었다.

이벤트가 있는 주말은 멀어진 지 오래다. 나도 친구 만나고 소개팅하고 데이트하던 그 주말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벤트를 굳이 만들고 싶지 않다.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게으르게 점심 먹고 밀린 예능을 보다가 오후쯤 해야 할 일을 조금 한 뒤 다시 저녁 먹고 쉬는 이 주말이 그저 좋다.

단조롭게 흐르는 일상이지만 이제는 이 단조로움이 마냥 좋다.


그러다 심심할 때면 뭔가 할 일을 찾아 나선다.

이번에는 스콘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스타벅스에 가서 이따금 배가 고프면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같이 주문하는 스콘.

딱딱한 식감에 부스러져 버리는 질감이 나는 또 좋다.

스콘은 초보자도 할 수 있는 베이킹의 기초라니 나도 한 번 해보기로 한다.

스콘 레시피를 찾고 마트에 가서 필요한 몇 가지를 사 온다.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 우유 정도면 되겠다. 버터랑 계란은 집에 쟁여놓았으니 괜찮다.


스콘은 글루텐이 생기지 않게 반죽을 하는 게 생명이라니 대충 한 듯 안 한 듯하게 반죽을 하고 냉장고에 넣는다. 그렇게 1시간 정도 휴지기를 가진다.

베이킹은 발효하는 시간이 많아 점점 기대하고 기다리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빵이 더 맛있나 보다. 긴 시간만큼 베이킹하는 사람의 기대를 많이 많이 품고 있어서.



오호, 제법 결이 보인다



아침부터 만들었던 스콘이 오후에야 나왔다.

이거 제법인데? 팔아도 되겠어.

신랑의 말을 한 귀로 흘리고 나도 한 입 베어 문다.

입안의 달달함을 더 간직하고 싶어 얼른 커피를 마신다.

스콘의 달달함에 커피의 쓴맛이 겹쳐 디저트 카페, 바로 그 느낌이 난다.

음악만 틀어주면 되겠다.

유튜브로 ‘스타벅스 재즈 음악’을 검색하고 재생을 누르니...

이게 행복이지, 뭐 별거 있나.


주말의 단조로운 일상을 해치고 싶지 않아 우리는 그렇게 오후에도 늘어지게 커피를 마셨다.

아침에도 커피, 오후에도 커피.

잠 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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