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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라 Jan 26. 2021

여보, 달려! 고고!

생전 처음 ‘달리기’라는 걸 시작했다

그날, 달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신랑과 주말에 집 앞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뭐 때문이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 일로 둘이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신랑과의 말다툼이 너무 싫다. 쓸데없는 감정 소모를 하는 것 같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날도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기 일보 직전, 가슴이 답답해지려는 차에 갑자기 내가 달리기 시작했다.


“야, 너 어디가?”

“자기야, 달리자, 달려!”


신랑은 황당해하면서도 나를 쫒아서 뛴다.

나는 신랑에게 러닝 어플에서 나오는 음성을 같이 듣자고 이어폰 한쪽을 나누어주었다.

그날이 우리 부부의 러닝 훈련 1일 차, Day 1이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달리기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일까



어릴 적 가장 싫은 게 체력장에서 하는 ‘오래 달리기’였다.

학교 운동장을 네 바퀴 도는 건데, 한 바퀴만 돌아도 나는 그 자리에 멈춰 걷기 시작했다.

뛰고 걷고 고꾸라지고 이렇게 한참을 헤매다가 늘 꼴찌로 들어오고는 했다.

최종 마지막 바퀴를 돌고 들어오면 나는 숨이 꼴딱돼서 너무 괴로울 지경이었다.

오래 달리기는 내가 하는 게 아니라고 여기며 살았다.


그러나 요즘 달리고 싶은 욕구가 이상하게 생기기 시작했다.

늘 집에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 어느 정도 나에게 자극이 된 것 같다.

5년 넘게 꾸준히 요가를 해오고 있는데 최근 코로나 19로 요가원에 나가지 못하자 너무 답답했다.

요가를 하는 삶이 너무 만족스러워 평생 이 운동만 하겠다고 했는데, 괴로운 달리기 따위는 필요 없다고 했는데 그런 내가 달린다.

나도 신기한 일이다.



내가 정해 놓은 한계를 넘는 경험
그 경험이 모여 습관이 된다



‘나는 달리기를 못해’, ‘나는 평생 달릴 일 없어’, ‘유산소 운동은 나하고 먼 일이야’

늘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달린다는 게 놀랍다.


운동 자체가 나하고는 먼 일이었다.

그러다 나이를 먹으면서 몸매가 탄력을 급격하게 잃는 현상을 목도하자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6년 전, 가장 쉬워 보이는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가 쉽다고 누가 그러던가.

앞에서 선생님이 하는 형이상학적인 포즈를 하라는데 나 빼고 다들 잘한다. 억지로 따라 해 본다.

다운독, 업독이라는 같은 동작을 매번 반복한다. 왜 이 동작을 자꾸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짜증이 올라와도 이 악물고 따라 해 본다.

요가는 절대 쉽지 않았고, 요가를 배우는 매일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기초체력이 하나도 없는 내게 너무 힘든 요가, 당장 때려치우고 싶었다.


그때 받았던 스트레스가 아직도 기억난다. 요가를 하는 동안 소리 지르고 싶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3개월로 끊어놓은 회원권이 아까워 꾸역꾸역 갔다. 3개월만 버티자며 그냥 가고 또 갔다.

아무 기대도 목표도 없이 매일 그냥 한 것이다.

그런데 2개월이 좀 되었을까. 배에 11자 근육이 보인다.

생전 처음 보는 근육, 기대하지도 않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11자 근육이 내 배 위에 있다.

근육이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것 같다.

“거봐, 되잖아.”


그렇게 요가와의 긴 5년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 경험은 이후 내 삶의 태도를 바꿔놓았다.



코로나 시대 최고의 운동
러닝



신랑이 볼 때, 나는 갑자기 달리기 시작한 ‘이상한 와이프’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달리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운동을 시작하고 근육이 생기는 경험을 하자 더 새로운 운동에 도전하고 싶었다.

예전처럼 못한다 말고 한번 해보자고 생각이 바뀐 게 더 맞는 표현이겠다.


그러던 중 코로나 시대가 왔다. 요가원에 가기 꺼려져 홈트를 하면서 제대로 된 운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턱 밑까지 찬 것이다.

유튜브를 찾아보고 어플을 찾아보고 러닝화는 뭘 신어야 하는지 검색하고 점점 머리가 복잡해졌다.

뛰는 자세는 이렇게 하라는데 영상을 자꾸 보니 함부로 잘못된 자세로 뛰다 다칠까 겁이 난다.

정보를 찾을수록 더 위축이 된다. 감히 못하겠다.


나의 첫 러닝은 이런 긴 준비 기간이 쌓이고 쌓이던 차에 폭발했다.

신랑과 말다툼이 일어날 찰나 스트레스가 올라오기 직전 그 답답함을 몸으로 표현한 것이다.

뛰자, 일단 뛰자.

내 돌발 행동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던 신랑도 나를 따라 뛰고 잠잠해졌다.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오빠, 나 잘 만났지? 결혼 잘했지?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해?”


러닝을 마치자 행복 호르몬이 우리를 감싼다.



<살짝의 오지랖, 살짝의 팁>
달리고 싶은데 나 같은 최고 절정의 초보라면 ‘런데이’ 어플을 추천한다.
매주 3회, 8주 훈련으로 되어있는데 인터벌 훈련으로 구성이 된다.
1분 달리고 2분 걷는 한 세트를 5~6회 반복한다.
훈련 횟수가 늘어 갈수록 1분 달리기는 1분 30초, 2분, 3분, 4분, 5분...
시간은 점점 늘어나 최종 목표인 ‘쉬지 않고 30분 달리기’에 도달하는 식이다.
나에게 ‘달리기’라는 선물을 준 정말 고마운 어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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