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리리농부
얼마 전,
구에서 운영하는 '친환경 나눔 텃밭'에 선정이 됐다.
일 년 동안 우리만의 세평 땅이 생긴 것이다.
오디션 1차 붙었을 때보다
나눔 텃밭에 선정됐을 때
더 기뻐하던 나.
나눔 텃밭은 꽤 경쟁률이 치열한데
추첨을 통해 선정자를 뽑는다.
재작년부터 '리'의 이름으로 접수를 했는데
선정이 되지 않아,
혹시나 싶어 올해는 내 이름으로 접수를 하니
선정이 되었다.
마침 재작년에 아버님이 텃밭에 선정이 되어
아버님 밭에서 이것저것 따서 많이도 먹었다.
그 해에는 채소값이 들지 않았을 정도.
그때 나는,
나도 나만의 텃밭을 갖고 싶다!
이것저것 심고 싶은 걸 심어보고 싶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혼자 힘으로 해보고 싶다!
하며 텃밭에 대한 꿈을 키웠었더랬다.
무엇보다,
텃밭이 있는 장소는
이곳이 서울인가 어디인가 싶을 정도로
공기가 맑고 나무가 울창하며
새들이 많다.
특히 텃밭 가는 길은
벚꽃길이어서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재작년,
리리는 커피와 과일을 싸가
아침마다 텃밭 정자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선정 문자를 받고
나는 춤을 췄다.
심고 싶은 것을 적어보고
모종 심기 시기와 수확시기를 꼼꼼하게 체크했다.
그리고 구역을 나눠,
어디에 뭘 심을지 노트에 적어봄..
(어찌나 설레고 기쁘던지)
오늘 리리는 자전거를 타고
화원으로 향했다.
대파, 딸기, 고수, 버터헤드 상추, 리틀잼 상추, 청상추 모종을 샀다.
그리고 하나는 기억이 안 나네..
8천 원의 행복이다.
자전거에 모종을 싣고
텃밭으로 향했다.
다음 날에 모종을 심자, 하고
텃밭에 앉아 커피와 빵을 먹으려고 했으나
온 김에 심자, 로 마음이 바뀌어
우리는 장갑 없이 밭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농기구는 다 함께 공용으로 쓸 수 있다)
세평의 땅
심기 전, 구역별로 배치를 해본다.
대파가 자라면
구워서도 먹고 무쳐서도 먹고
각종 음식에 고명으로 촥촥 올려먹는 꿈을 꿔본다.
지금 보니 딸기 모종은
더 사서 심어야 할 것 같다.
텃밭 풍경은 언제나 좋다.
텃밭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좋다.
까치가 날아와 텃밭 주변을 기웃거린다.
조용하던 이곳에
드디어 사람들이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어디에 무얼 심었는지 구경이나 할까,
하는 표정으로.
생명력이 그득한 곳.
일 년 동안 룰루랄라 드나들 걸 생각하면,
최종 오디션에서 떨어진 건
아무것도 아니야!
*얼마 전 리리는 큰 오디션을 봤고
1차에 나란히 붙었었다.
그리고 최종에서
나란히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