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it tommorow Yet?
요즘,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한 갈래로 정해져있는 건 아닌가 하는 기시감이 든다.
그리고 내가 느끼고 있는 그 '방법'은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다.
왜 세상의 여러 책들, 영화들, 사진들은 하나같이 '현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아티스트 '코코 카피탄' 또한 살아가고 있는 순간에 대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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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코코 카피탄이란 아티스트는 구찌와의 협업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싶다. 2017년 구찌 티셔츠에 새겨넣은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단박에 유명세를 얻었다.
코코 카피탄이 핸드라이팅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젊은 세대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트렌디함을 얻었지만, 막상 그녀는 세상의 흐름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세상이 내리는 잣대보다는 그녀 자신에게 쏟았던 집중이 트렌드가 되었단 건 아이러니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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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만의 세계가 확고한 그녀가 대림미술관의 전시를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건 바로 오늘을 살아가라는 것.
Is it tommorow yet?
개인적 취향으로, 나는 상점마다 붙어있는 네온사인 문구 감성을 싫어한다.
지극히 더 개인적인 취향으로, 나에게 위로를 건네고자 하는 여러 감성 에세이들도 싫어한다.
못된 심보일 수도 있지만, 나의 감성을 건드려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게 조금은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이번 디뮤지엄의 코코카피탄 전시도 '인스타그램 감성'으로 가득한 전시였다. 감성젖은 문구들을 전면에 내걸고, 사진 찍기 좋은 디피 방식으로 작품을 내건 점이 그랬다.
그런 감성을 싫어하는 나였지만, 이번 전시가 개인적으로 이때까지 봐왔던 전시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점은 그냥 '코코 카피탄' 그녀의 전시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디피 방식이 진부했을지라도 그녀를 표현하는 여러 형태의 작품들 하나하나가 심장에 푹 들어왔다.
그 중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 코코카피탄의 말은
"열심히 살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노력을 하는 널 응원해"
앞뒤가 다른 모순된 말일까?
내가 평소에도 항상 궁금해왔던 질문이었다. 니체도 어차피 우리는 죽음 속으로 빠지는 존재라고 이야기했지 않은가.
Q. 굳이 열심히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쉽게 말하면, 어차피 우리는 죽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코코 카피탄의 전시를 보고 나서 명확해졌다.
A. 아닌 것 같다. 난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속에 빠져 허무주의 속에서 죽긴 싫다.
오늘 하루하루를 재밌고 행복하게 보낼 거다.
살아내는게 아니라 살아가고 싶기에 나는 죽기 싫고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
나를 애정하고 내가 살아가는 삶을 애정하기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되게 어려운 일이다. 왜냐면 죽음 앞에서 아마 모든 것은 그렇게 중요하진 않기 때문이다. (Nothing Matters that Much.) 삶조차 의미가 없어진다는 죽음 앞에서 말이다.
근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기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더 소중해 진다.
내 주변을 둘러 싼 모든 것이 중요하다면...?
학점을 4점 대로 만드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해 4점대를 만들기 전까지는 졸업 연장을 하며 학교를 다녀야 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해 대기업이 아니라면 취업을 무기한으로 미루고, 연애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해서 애인을 만들기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노력을 해야 한다면.
매번 숨막힐 듯한 압박감 속에서 살아가 내 행복을 놓치게 될 것 같다. 매우 상투적인 클리셰지만, 중요한 건 중요하지 않음 속에서 빛을 발하는 거라고 하지 않나. 무수히 많은 별들보다 밝기도 훨씬 덜하지만, 달이 많은 사람들의 영감을 주는 뮤즈인 까닭은 오직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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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되게 단순하다! 코코 카피탄이 던지는 메시지도, 코코 카피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철학자와 영화와 책들이 던지는 메시지도! 그냥 내 현재에 집중하면 된다.
내가 지금 노력하는 까닭은 미래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꼭 이뤄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설렘, 떨림, 불안감, 혼동들의 감정을 잘 붙잡고 내가 가진 이 잠재력을 사용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를 믿고 나를 애정하고자 하는 노력이 코코 카피탄이 말하는 노력이 아닐까 어렴풋이 추측해 본다.
I want to go back to believing a story.
우린 산타를 믿었던 그 순수한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We just wanted to be loved.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만을 원할수도 있지만
향수, 사랑 모든 감정 또한 우리가 일기장에 적어두고 간직하는 감성이기에 그 모든 게 소중하다.
우린 모두 '난 산타가 아직도 있다고 믿어!' 라는 이야기가 유치하고 촌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자 그림 속 양이 있다고 굳게 믿는 어린왕자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 까닭도 우리 마음 한 켠 속에는 여럿 감정들이 쟁여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본인이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애정하고 그를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한 코코 카피탄의 일기장을 엿보고 온 듯한 전시였다.
마지막으로 나는 코코카피탄이 말했던 Is it tomorrow yet? 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 아직 내일은 오지 않은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