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自傳)거와 사진기
사진 속 시간과 역사가 빚어놓은 수만 가지의 형태와 요소들을 들여다본다. 누구나 사진을 찍고 찍고 찍지만 가만히 들여다보기 위한 사진을 찍고 찍고 또 찍는 이들은 몇이나 될는지 모르겠다. 때로는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보여준다. 색다르고 이상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전에 존재해 온 수많은 조상들의 빛이 그렇고 우주의 별과 공간이 그러하다. 신비한 순간이다라는 낌새의 부추김, 어김없이 눌러지는 셔터의 숫자가 늘어난다. 268762180021410. 단 한 번도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한 방식으로.
유리의 빛이 네거티브를 흰 면에 펼쳐놓을 때 큰 실망을 연거푸 하게 되더라도 사진 작업이 주는 느슨한 과정과 결과의 작업에는 이의가 없어 순응하기 마련이다. 우연의 기회와 클리셰한 서사의 오래된 격자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세계로의 방문은 멈출 수 없기에. 지구는 빛을 시식하고 하늘은 명암과 대조대비의 가능성을 준비한다. 몇 해동안 쌓인 필름과 흑백사진에 대한 작은 만족이 제안하는 _전에는 미처 보지 못한, 놓쳐버린, 지나쳐 버린 농담 같은 _부분과 그러한 부분의 또 다른 부분 부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