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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eroon Sep 12. 2024

안달

보내는 마음

september



한 장의 엽서 뒷 면에 짧은 인사를 써본다. 이렇게 떠나요 여행이 길어질 수도 있겠어요 당신의 건강과 생각이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날 되시기를 계절의 새로운 바람과 빛을 휘감아 kieroon, 지금은 안녕이라고 끄적인 후 잉크가 잘 마르도록 창문 틈에 끼운다. 습한 여름의 끝 비행기의 엔진이 그르릉 바퀴를 움직인다. 어딘가로 띄워 보내게 될 두 장의 엽서를 사진으로 찍어둔다. 진한 블랙커피를 한 잔 부탁한 후 등을 기댄다. 베를린의 9월을 잘 살다가 돌아올 것이다. 다른 한 장의 엽서에는 아무 말도 쓰지 않겠다. 이제 곧 읽기 시작할 소설의 두께를 엄지 손가락으로 타드루 훑어내려 본다. 우연히 펼쳐진 종이계곡의 깊숙한 사이에 잘 끼우고는. 어떤 엽서가 먼저 도착하게 될지 어떤 엽서가 좋다고 할지 어떤 엽서가 더 멋지다고 뭐가 어떻다고 말해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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