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채식주의자를 읽고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
채식주의자는 영혜의 남편 시점으로 시작된다. 영혜의 남편은 사랑하는 마음이 아닌 보통의 여자를 원하여 영혜를 선택했다고 했다. 식성이 참 마음에 들었던 남편은 영혜의 갑작스러운 채식주의자 선언, 아니 육식을 못하겠다는 선언에 탐탁지 않았다. 꿈을 꿨다는 그녀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고, 영혜의 상태와는 별개로 자신의 아내 역할을 톡톡히 해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면모가 보였다. 또한 처가 식구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아내가 붙잡혀, 먹기 싫은 고기를 욱여넣을 때, 그 이후 분노하는 영혜가 자해를 할 때에도 그는 말리지 않고 방관했다.
나는 과연 결혼 생활 내내 영혜와 남편 사이에 애정이 있었을까 싶다.
영혜도 알지 않았을까?
몽고반점에서는 영혜 언니의 남편 형부의 시점이다. 영혜언니와 결혼한 형부는 처음부터 영혜를 마음에 들어 했다. 예쁘장하거나 그러지 않아도, 수수한 영혜를 더욱 마음에 들어 한 형부는 인혜가 동생 영혜의 엉덩이에 남아있는 몽고반점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서는 성욕을 느끼는데, 불쾌하고 역겨웠다. 욕구를 넘어선 그의 과한 예술성은 그게 과연 예술이었을까? 예술이라 볼 수 없었다. 사회적 관념과 인식을 넘어선 그의 이상한 예술은 보통의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다. 그 몽고반점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나는 그저 욕망에 사로잡힌 형부가 혼돈 속에서 정신 차리려고 하는 영혜를 더욱 구렁텅이에 밀어버린 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영혜의 성장배경이 나오는데,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왔다.
그 폭력을 가장 많이 느낀 사람은 영혜라 생각되었다.
어릴 때 폭력을 일삼은 아버지.
사랑하지 않은 채 아내 역할, 엄마 역할을 잘할 것 같다고 자기를 선택한 남자와의 결혼생활.
육식을 하지 않겠다. 노브라를 선택한 것을
미친 것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의 남편의 무관심.
가족에게 버림받고 홀로 서는 영혜를 찾아가
예술이란 이름으로 더러운 욕망을 펼친 형부라는 인간의 성폭력.
성폭력을 행사한 인간은 버젓이 살아가고
동생을 정신병원에 밀어 넣는 인혜.
영혜에게 미친 폭력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인혜는 후회하기도 했다.
자신은 지우가 아니었으면 그 끈을 놓아버렸을 거라고...
가슴 아팠다.
인혜도, 영혜도 너무 안타까웠다.
여전히 이 책에 나온 폭력은 세상에 존재하는 폭력이기에..
누가 이 소설을 야설이라고 하는지.. 역겹다고만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영혜는 식물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자신의 삶이 마치 식물 같다고 여겨서 그렇게 변하게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