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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과 Aug 13. 2018

고양이 액체설을 증명한 과학자


이렇게 네모일 수가! 출처: intagram/cakes1todough1ㅇ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고양이들을 보고, 전 세계의 애묘인들은 ‘고양이 액체설’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장해왔습니다. 보통 '액체가 뭐죠?'라고 하면 ‘담는 그릇에 따라 형체가 바뀌는 물질’이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네모난 박스, 세면대, 와인잔까지 남김없이 채우는 고양이의 행태를 보면 액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예, 와인잔에도 들어갑니다.


흐르는 고양이. 출처: https://imgur.com/gallery/mtjWL7m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럴싸 한데’하고 웃어넘겼을 텐데, 장잉 정신(장인+잉여)을 가지고 있던 프랑스의 한 과학자는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해냅니다. 프랑스 리옹대학교 물리학연구소의 파르딘 마크 앙투안입니다. 그는 현대 유변학을 바탕으로 고양이 액체설을 증명하고, 이를 토대로 ‘고양이의 유변학(On the rheology of cat)’이라는 논문을 내 주목을 받았습니다.


마크 앙투안.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yNwLfRpNHhI&t=988s


마크 앙투안이 내린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양이는 고체상태일때도 있고 액체상태 일수도 있습니다.


고체상태의 고양이입니다.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tibored/6136217771

위 고양이는 고체상태의 고양이입니다. 모양을 유지하며 회전하고 튕기는, 즉 '탄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탄성을 가지고 있는 고체상태의 고양이는 ‘짧은 시간’ 동안 그 성질을 유지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시간이 왜 중요 하나고요? 많은 물질들은 짧은 시간 안에서는 고체의 성질을 보입니다. 당연히 액체로 알고 있는 물방울도 아주 짧은 순간, 수면에서 튀어 오르죠.


공처럼, 즉 고체처럼 튀어오르는 물방울. 출처: http://i.imgur.com/jzKmxif.gif


짧은 시간 고체의 성질을 보이는 고양이를 오래 두면 어떻게 될까요? 와인잔과 고양이를 두고 시간이 지나자, 고양이는 와인잔 안으로  자발적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즉, 긴 시간을 두고 보면 고양이는 액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크 앙투안이 현대 유변학으로 분석한 결과, 이 고양이는 점성을 가졌다, 즉, 유체라고 할 수 있다네요.


출처: https://giphy.com/gifs/6Fr5dFjMCaQog

멀리 갈 것도 없이 집사님들의 현실을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고양이를 놀라게 하면 바로 고체로 변해서 튀어다닙니다. 다만 방에 박스를 놓고 기다리면 고양이는 자발적으로 흘러(?) 박스 안을 꽉 채우죠. 이런 측면에서 마크 앙투안은 비교적 어리고 흥분한 고양이일수록 고체의 성질을 더 많이 보인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마크 앙투안의 수상소감용 자료.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yNwLfRpNHhI&t=988s

이 외에도 마크 앙투안은 모세관을 따라붙어있는 고양이, 고양이 친화도가 낮은 바구니에 들어있어서 강한 결합각을 보이는 고양이, 표면장력의 일환으로 병에서 흘러나오지 않는 고양이, 거친 바닥에 놓여있어 울퉁불퉁한 고양이, 그리고 물 표면과 친하지 않음(강한 소수성)을 보여주는 고양이, 미끌미끌한 표면에서 흐르는 고양이, 그리고 수직면에 부착된 고양이 등, 고양이의 다양한 ‘액체’ 형태를 규명했습니다. 논문을 뜯어보면 볼수록 멋지고 점점 더 변태 같아지지만, 난이도가 올라가니 굳이 더 적지는 않겠습니다.



번외로, 마크 앙투안은 이 논문으로 괴짜들의 노벨상인 ‘이그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수상 소감 중, 마크 앙투안은 “유변학을 뜻하는 rheology의 유래는 그리스어에서 흐름을 뜻하던 rheo-입니다. 그리고 같은 어원을 가진 단어로 diarrhea, 즉 설사가 있죠."라고 말했는데요.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듯, 이 과학자는 말장난을 꽤 즐기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논문에도 말장난이 넘쳐납니다. 통과된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the state of the ‘matter’ are a ‘matter’ of time”- ‘물체’의 상태는 시간의 ‘문제’다.(둘 다 matter)

“the cats are liquid is ‘solid’.”-고양이가 액체임은 ‘확고’하다.(solid는 ‘고체’라는 뜻도 갖고 있음)


무난해 보이나요? 마크 앙투안이 논문에 새로운 단어를 만들기까지 했다는 사실도 알려드릴게요.


“superfelidaphobic substrate”이 무슨 뜻일까요? super+felis+phobic의 합성어로 보입니다. 아주+고양이를+싫어하는 표면이라는 뜻인데요. 물과 화학적으로 친하지 않은 면과 물이 만나면 면과 물방울이 아주 큰 각도를 가지게 되는데요, 고양이가 고양이와 화학적으로 친하지 않은 표면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아주 큰 각도를 가지고 삐져나와있는 모습을 설명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한 단어로 만들어보자면 ‘소고양이성’쯤 될까요?

 

소고양이성 바구니 안 고양이.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yNwLfRpNHhI&t=988s 변형


필자는 과학 변태로서, ‘고양이의 유변학’ 같은 변태적인 논문을 보면 삶이 조금 행복해지는 걸 느낍니다. 그러나 아무리 변태라 해도 이 논문은 버거울 정도로 말장난이 많았습니다. 비 영어권 인간으로서 깨알 같은 영어 논문 글씨로 언어유희를 읽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희열과 분노를 한 번에 느끼는 건 흔한 일은 아니더라고요.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

'고양이 액체설'에 대한 아주 자세한 이야기 https://brunch.co.kr/@esonatural/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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