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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과 Mar 25. 2019

코끼리 오줌싸는 시간을 재 본 과학자

-더럽지만 궁금한 이야기

패트리카 양, 조나단 팸, 제롬 추 그리고 데이비드 휴 교수

Patricia J. Yang, Jonathan Pham, Jerome Choo, and David L. Hu


흔한 과학자의 시상식


….???? 혼란하다 혼란해. 이 장면은 과학자가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과연 이 과학자는 뭘로 상을 받았길래 머리에 변기 뚜껑을 쓰고 있는 걸까요?



“소변의 법칙”을 발견한 공로로 상을 받다


나이가 들었을 때, ‘오줌발’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이 든 남성에게 자주 찾아오는 전립선 비대증이나, 비만으로 인한 복부 압력 증가는 소변의 속도를 줄입니다. 소변 줄기는 몸에 뭘 찌르지 않고 비뇨기계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보통 연구들처럼 비뇨기계 연구도 쥐 나 돼지를 대상으로 많이 이루어지는데요, 이 동물들과 사람의 비뇨기계의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습니다.


머리에 변기를 쓴 사람은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데이비드 후 교수이며, 이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한번 빵 터지고, 그다음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연구에 주는 상인 괴짜들의 노벨상, 이그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수상소감에서 ‘소변의 법칙’을 알아냈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소변의 법칙은 뭐였을까요?


소변의 법칙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진은 16마리 동물들이 소변보는 영상을 직접 찍었습니다. 그리고 정보의 바다인 유튜브에서 28마리 동물들이 배뇨하는 영상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 영상들을 분석해서 각 동물들이 소변을 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쟀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소변보는 시간은 몸집의 크기와 무관하다 (Duration of Urination Does Not Change With Body Size)”

입니다.


이 연구는 PNAS라는 생물학계 저명한 논문지에 정식으로 기재된 논문입니다. 그만큼 연구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이들은 3kg 이상의 포유류라면, 소변보는 시간이 21초(±13초) 내외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고양이의 방광은 5mL 정도이고, 코끼리는 18L에 달하기 때문에 3,600배나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둘 다 방광을 다 비우는 데는 21초로 똑같다는 겁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니, 화장실에서 심심하면 스톱워치로 한번 재보는 건 어떨까요? 어차피 손해 볼 것도 없는데요 뭐.


소변 줄기에 한해, 3kg 이상인 포유류는 소변을 ‘쉬-’하고 보는 동물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작은 동물은 소변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반면, 큰 동물은 소변이 물줄기를 이루며 흘러내립니다. 따라서 작은 동물들은 더 짧은 시간 동안 소변을 본다고 하네요.

논문을 보시면 코끼리부터 개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만드는 폭포가 아주 선명하고 예쁘게 찍혀있습니다. 기분을 지켜드리기 위해 가져오지는 않겠습니다.


혹시 물줄기의 차이를 생생한 영상으로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THE LAW OF URINATION- Animal Wire 


근데 고양이랑 코끼리가 거기서 거기라는 게, 말이 되나요?

소변 양의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지만 어쨌거나 비워지는 시간은 비슷하다는 거, 직접 재봤다니 그렇다 칩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요?


여기서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중력이었습니다. 소변이 타고 내려오는 요도가 길수록 중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빠르게 내려옵니다. 그래서 고양이나 코끼리나 혹은 댕댕이, 염소, 기타 등등의 동물들이 모두 21초 전후로 소변을 보게 된다고 합니다.


이걸 알아내기 위해 연구팀은 소변과 방광, 요도를 수학적으로 꼼꼼히 분석했습니다. 소변 줄기의 길이와 두터움, 부피, 형태, 압력, 속도 등을 따져 보고, 연구팀은 소변이 나오는 데 필요한 요소를 추려서 계산했습니다. 방광의 압력, 중력, 관성, 점성, 그리고 모세관현상까지요. 그래서 방광이 커져도 소변이 그만큼 빨리 나온다는 걸 수학적으로 알아낼 수 있었던 거죠. 만약 나중에, 물의 양이 많든 적든 같은 시간 안에 물이 나오는 장치가 필요하다면 참고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코끼리나 고양이나 거기서 거기인 건 소변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연구진은 동물들의 점프 높이나 평생 뛰는 심장 박동의 수 등도 소변 시간처럼 종을 막론하고 비슷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것도 신기하네요.




<참고자료>

Yang, Patricia J., et al. "Duration of urination does not change with body siz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1.33 (2014): 11932-1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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