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더구나...
집사로 살다 보면 밟혀서 깨는 건 일상입니다.
저희 고양이는 특히 해가 뜨기 직전, 그러니까 가장 자고 싶은 시간에 배가 고프다고 집사의 배위로 뛰어듭니다.
어쨌거나,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아픈 건 아픈 겁니다. 어느 날은, 밟혀서 잠에서 깨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가 날 밟는 게 아플까, 내가 밟는 게 아플까?”
그래서 계산해봤습니다. 이과라면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 아니겠나요...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가하는 압력을 계산해봅시다. 평균적으로 고양이의 무게는 3~5kg이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저와 동거하는 고양이는 7 kg의 과체중인 데다 다른 고양이들보다 발이 작습니다. 그리고 또 안타깝게도, 압력은 힘이 클수록, 누르는 면적이 작을수록 강합니다.
먼저 거대 고양이의 발 크기를 재 봅시다.
눈빛 살기 보소....
피의자 김살구. 뱃살이 쪘다고 '김 살' 까지만 불렀더니, 그 살이 죽일 살(殺)이 됐나 봅니다.
귀찮습니다. 뭐 고양이 발 면적 구하겠다고 발도장이라도 찍으면 그 발바닥은 누가 닦나요. 어차피 놀자고 하는 계산이니(?) 고양이의 발이 집사의 배를 누를 때, 타원으로 눌린다고 쳤습니다.
좀 더 있어 보이는 말로 다듬어볼게요. 고양이의 발은 가로, 세로를 각각 장축, 단축으로 하는 타원 모양으로 생겼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타원의 넓이(s) 공식 S = πab 을 이용할 수 있겠군요.
가로는 2.4 cm, 세로는 2.8 cm입니다. 그렇다면 고양이 발 하나의 면적 a 는
a= (2.6/2) x (2.8/2) x π = 5.7 cm² 이겠군요.
돼냥이의 전체 무게는 7.0kg이므로, 지구가 이 친구를 당기는 힘은 7.0 kgf(킬로그램힘)입니다.
kgf는 1kg의 물체가 지구에서 아래로 받는 힘을 그냥 그렇게 말합니다.... 예...
고양이가 제 명치에서 도약하거나 명치로 착지할 때는 발 두 개가 명치에 닿아있습니다. 그러니 2개의 발 면적으로 힘을 나누면 압력을 구할 수 있겠네요.
계산해보면,
P = F/(2a)
=7.0 kgf / (5.7 cm² x 2) = 0.61 kgf/cm²
이네요! 사람이랑 비교하기 위해 0.61 요고 기억하고 갑시당!
사람을 약 70.0kg로 가정합시다. 그리고 사람 발도 귀찮으니까 타원이라고 쳤어요. 긴 쪽은 약 26.0cm, 짧은 쪽은 9.8cm이라고 칩시다.
타원의 긴 반지름 13.0 cm, 짧은 반지름 4.9 cm를 넣어 계산하면
S = 13.0 cm x 4.9cm x π = 200.0 cm² 이네요.
냥이도 뛰는 상황을 가정해서 발 두 개만 따졌으니, 사람도 뛸 때처럼 한 발로 딛는 경우라면(어우)
P = F / s
= 70.0 kgf / 200.0 cm²
=0.35 kgf/cm² 이네요.
와, 세상에.. 아까 냥님은 0.61이었던 거, 기억하시나요?
우리는 이 계산을 통해, 새벽에 룸메이트가 와서 지그시 밟을 때보다, 고양이가 밟았을 때 압력이 정확히 1.74배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김殺..
물론 이건 엄밀하진 않습니다. 고양이가 두 발로 가만히 올라와 있을 때의 압력만 따졌고, 실제로 뛴다고 하면 충격량을 고려해야 하고 어쩌고.... 그렇습니다.
정확히 따지기 위해선 기계를 이용해서 잰 실시간 압력 데이터 혹은 적어도 도약하는데 발을 대고 있던 시간 등등을 알아야 하는데 장비가 열악하니 그냥 넘어갑시다. 재밌었으면 됐죠.
어쨌거나, 역시 고양이는 강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