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Autónoma de México)의 자비에 모랄레스, 미구엘 아파티가, 빅터 카스타뇨(Javier Morales, Miguel Apatiga and Victor M. Castano)
멕시코의 과학자들은 술, 정확히는 데킬라로 다이아몬드를 합성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자비에 모랄레스의 말에 따르면, 데킬라를 합성하기 위한 특별한 장치나 실험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데체 어떻게 한걸까요?
1953년 제럴드 일렉트릭 사의 실험실 다이아몬드 합성 이래로, 산업적으로 합성 가능한 실험실 다이아몬드의 연구는 계속되어왔습니다. 술로 다이아몬드를 만든 멕시코 과학자들도 원래는 좀 더 일반적인 재료인 아세톤, 에탄올, 메탄올 등으로 다이아몬드를 합성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탄소들이 단단하게 결합하고 있는 결정입니다. 실험실 다이아몬드는 탄소를 가지고 있는 다른 물질에 에너지를 가해 탄소끼리 결합을 형성하도록 만듭니다.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에탄올로부터 다이아몬드를 합성했습니다.
1. 에탄올과 물을 적당한 비율로 섞습니다. 물을 섞는 이유는 탄소, 수소, 산소의 비율이 잘 맞아야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2. 용액을 가열해 기체상태로 만든 뒤 전자렌지에 음식을 데울 때 쓰이는 마이크로파를 가합니다.
3. 850 ℃까지 온도가 올라가며 탄소 원자가 전하를 띤 플라즈마 상태가 되어 날아다닙니다.
4. 금속 막에 붙어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물과 에탄올이 섞인 다른 용액을 떠올립니다. 바로 술입니다. 연구진은 술로도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술로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미구엘 아파티가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실험실로 오는 길에 데킬라 블랑코 한 병을 사왔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섞지 않고, 기존에 다이아몬드를 합성하던 것처럼 실험을 해봅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합성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세계 최초로 술로 만든 다이아몬드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아쉽게도 이렇게 합성한 다이아몬드를 보석으로 쓰기는 힘듭니다. 크기가 100~400nm 정도로 머리카락 두께보다도 1000분의 1 더 작은 다이아몬드 공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필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분광기라고 부르는 기기를 이용해서 다이아몬드임을 확인했으며, 전자현미경을 이용해서 동그란 다이아몬드 모양을 확인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연구에 대해, 데킬라는 산업적으로 다이아몬드 막을 만드는 데 완벽하고 저렴한 출발물질이라는 의의를 밝혔습니다. 또한 미구엘 아파티가는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가장 심각한 분야를 연구하면서도 연구자들은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다” 라는 말을 꼽았습니다. 이 말을 들으니 기기에 데킬라를 부으며 즐거워했을 연구자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한편 이 과학자들은 노벨상의 패러디인 '이그노벨상'을 받았습니다. 한번 웃고 생각해보게 만드는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받는 상인데요. 자비에 모랄레스는 큼지막한 멕시코 모자인 솜브레로(sombrero)를 쓰고 상을 받으러 나왔으며, 미구엘 아파티가는 주머니에서 작은 데킬라 한병을 꺼내고 수상소감 중 '치얼스'를 외쳤습니다.
<참고자료>
Morales, Javier, Miguel Apátiga, and Victor M. Castaño. "Growth of diamond films from tequila." arXiv preprint arXiv:0806.1485(2008).
Morales.J., et al. “Growth of Diamond Films from Tequila” Reviews on advanced materials science, 21 (2009): 134-138
The 19th First Annual Ig Nobel Prize Cerem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