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폰만 본 나에게괜

괜찮아 시리즈

by 이손끝


오늘 하루,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폰만 봤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알림 몇 개를 확인하고

이유 없이 유튜브를 열고,

쉴 새 없이 피드를 넘겼다.


영상 하나 끝나면 또 다른 게 재생되고,

짧은 릴스 속으로 빠져들고,

언제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도 모르게

해는 지고, 밤이 되었다.


머릿속은 뿌옇고,

눈은 뻑뻑하고,

마음속엔 알 수 없는 죄책감이 퍼진다.

“오늘 하루, 나 뭘 한 거지?”


폰을 보는 내내 재밌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을

폰 화면 너머의 자극으로 덮고 있었을 뿐.


그러다 문득,

내가 나를 너무 몰아붙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폰을 봤다고,

무기력했다고,

스스로를 함부로 깎아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쉼이 필요한 마음의 신호라는 걸.


아무 생각 없이 폰을 본 시간은

내가 세상과 감정의 거리를 두고 싶어서

조용히 숨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감당할 수 없는 감정,

버거운 현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날들 앞에서

그냥 ‘잠시 피한’ 것뿐이다.


나는 오늘 하루도 살아냈다.

폰이라는 얇은 창을 사이에 두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내가 나를 돌아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의미 있는 하루였다.


그러니 오늘도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하루 종일 폰만 본 너, 괜찮아.

그 시간도 너였고,

그 시간 속에서도 넌 무너지지 않았어.”


내일은 조금 덜 봐도 되고,

아니면 또 하루 종일 폰만 봐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시간 속에 있던 너의 마음을

누구보다 너 자신이 이해해주는 것.


오늘,

아무것도 안 한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질책이 아니라

작은 토닥임 한 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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