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난 날들이 부끄러울 때

괜찮아 시리즈

by 이손끝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철없던 시절,

상처 주는 말도 쉽게 했고,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날들도 많았다.

그 시절의 나는 어설펐고, 두려움에 약했으며,

때로는 무모했다.


그런 나를 기억하고 있을 누군가가 있을까 봐

괜히 움츠러들고,

어디선가 나를 흉보지는 않을까 두려워진다.

조금만 눈에 띄어도

“혹시 나를 아는 사람이 볼까?”

그 생각에 다시 작아진다.


그 중엔

폭력처럼 내 삶에 스며들었던 기억도 있다.

언제 다시 나를 괴롭히러 올지 모른다는

설명하기 어려운 두려움이

아직도 마음 한쪽에 남아 있다.

안전한 지금인데도,

그때의 공포는 여전히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그래서 유명해지는 것,

누군가의 주목을 받는 일,

칭찬조차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혹시라도 내 과거가 들춰질까 봐,

내가 나였던 시간들이 평가받을까 봐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그런 내가 너무 유난인가 싶고,

괜히 예민하게 굴고 있는 건 아닐까 자책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두려움은 내 안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지나온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아주 현실적인 감정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이제 조금씩 나를 설득해보기로 했다.


"그 시절의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나와는 다르니까."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을 품고도,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너는 참 대단해."


과거가 없던 일이 될 수는 없겠지만

과거가 지금의 나를 지배하게 두진 않겠다.


나는 내 상처를 잊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삶을 덧칠하는 중이다.

두려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두려움 너머로 한 걸음씩 걸어가는 중이다.


혹시 나를 흉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지금의 내가 아니라

과거의 한 조각을 멈춰둔 사람일 뿐이다.


나는 계속 살아가고 있고,

계속 변화하고 있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니

과거를 기억하는 누군가보다

나 자신이 지금의 나를 더 잘 알아주자.


그것이

내가 나를 다시 자유롭게 만들어줄 첫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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