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모드의 시간

by 이손끝


집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꾸는 것이다.


진동도 없이,

알림도 꺼놓고,

전화도 잠시 멀리 두고 나면

비로소 마음이 조용해진다.


사람들은 말한다.

“급한 연락 놓치면 어떡해?”

“그래도 기본은 해야지.”

하지만 나는 안다.

그 ‘기본’이 나를 얼마나 지치게 했는지.


문득문득 울리는 메시지,

어디서든 울리는 전화벨,

“답장 왜 안 했어?” “전화 왜 안 받아?”

그 모든 말들이

언젠가부터 내 평온을 빼앗고 있었다.


나는 집에서는 쉬고 싶다.

말 그대로 쉴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휴대폰을 꺼놓는 게 아니라

세상과 나 사이의 문을 잠시 닫아두는 일.

그게 나에겐 너무나 필요하다.


물론 급한 연락을 놓친 적도 있다.

미안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나는 나를 놓쳤었다.

“바빠서 못 쉬었다”는 말이

습관이 되고 나서야

이 무음의 고요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집에서는 너부터 우선해도 괜찮아.”


세상이 항상 시끄럽고,

누군가의 알림은 끊임없이 울리지만,

내가 정한 이 무음 모드는

내 하루를 회복시키는 작고 단단한 선택이다.


집은

내가 세상 앞에서 내려놓은 무장을

다시 벗어놓는 곳이다.

그 안에서만큼은

아무 알림 없이,

아무 재촉 없이,

그냥 나답게 숨 쉬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무음 모드를 켜고,

나를 다시 충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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