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의 관계는
가장 가까워야 할 것 같지만,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관계일 때가 많다.
어릴 땐
부모는 당연히 내 편일 거라 믿었다.
세상이 무너져도
부모만은 날 안아줄 거라고,
그게 사랑이라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조금 일찍 알게 됐다.
부모도 완벽하지 않고,
늘 옳지도 않으며,
어쩌면 상처를 주는 존재일 수도 있다는 걸.
사랑받고 싶었지만
늘 그 마음이 엇갈렸다.
나를 보듬기보단 조급해했고,
지켜주기보단 때로 무너뜨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미워할 수도 없었다.
부모를 원망하는 감정은
곧 스스로를 죄책감에 빠뜨렸고,
입을 다문 채 감정을 삼켜야 했다.
그러다 문득,
나는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우게 됐다.
더 이상 같은 공간에 살지 않아도,
마음을 다 열지 않아도,
그것이 불효는 아니라는 걸.
내 마음의 안전거리를 설정하는 것도
성인이 된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걸.
가끔은 사랑보다 거리감이,
그리움보다 침묵이,
관계를 더 오래 유지하게 해주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키우신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하다.
하지만 그 사랑이
늘 따뜻하고 다정하지만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감당해야 했던 마음도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서로에게 맞는 ‘거리’를 지키며 살아가기로 했다.
가까우면서도 너무 가깝지 않은,
서운하면서도 미워하지 않는
그런 거리를 조심스럽게 유지하며.
그 거리 안에서
나는 내 마음을 지키고,
부모님도 그들의 인생을 살아가게 두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부모를 진짜로 이해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