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찾아오는 국세청 우편

by 이손끝


소득세 신고 기간이다.


세금 신고 기간이 되면 나는 좀 괴팍해진다.

커피잔을 들고 있다가도 갑자기 숫자를 곱셈하게 되고,

메신저창을 열었다가도 매출 내역을 떠올리며 눈동자가 흔들린다.

하루에 열두 번은 포스트잇을 붙였다 떼고,

네다섯 번은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창에서 숨을 고른다.


소득세 세금 신고는 매년

봄과 함께 찾아온다.


나는 1인 사업가다.

이 말에는 ‘혼자 다 한다’는 뜻이 묻어 있다.

기획, 제작, 영업, 고객 대응, 회계, 청소, 눈물 닦기까지.

그리고 이맘때면

여기에 ‘납세자의 의무’가 덤처럼 달린다.


시간을 쪼개가며 정리하는 자료 속에는

내 1년이 눌어붙어 있다.

카드 내역에는

작년 봄, 마감하며 먹던 삼각김밥이 있고,

현금영수증에는

고객이랑 마신 따뜻한 라떼가 있고,

국세청에서 온 세금 신고 고지 우편에는

내가 ‘사업자’라는 현실이 또렷하게 박혀 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어떤 날은 노트북을 닫고

그냥 백수처럼 눕고 싶고,

어떤 날은 서류를 쌓아놓고

모른 척 뒤돌아선다.


하지만 미룰 수 없는 숙제인

자료를 모두 정리해서 넘기는 순간

숨통이 트인다.

사무실에 봄이 들어온 것처럼 마음이 개운해지고,

나는 잠깐 나 자신에게 감탄한다.

“야, 너 진짜 잘 살고 있다.”


나라에 세금을 낸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이 사회에 나의 존재를 신고하는 일 같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신고서를 통해,

나는 내 삶을 또박또박 증명한다.


이제 다음 주엔

커피 사 마셔도 되겠지.

그리고 내년 이맘때면,

나는 또 이 모든 걸

익숙한 듯,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 해낼 것이다.


그게 바로,

혼자서 일하고, 살아가고,

그래도 오늘도 잘 해냈다는 사람의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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