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으로 충분할까 싶을 때

by 이손끝


나는 아이에게 엄격하지 않다.

소리를 지르기보다는 달래고,

올려다보게 하기보다는 앉아 눈높이를 맞춘다.

잔소리 대신 웃음으로 넘어가고,

선생님보다 친구에 더 가까운 말투를 쓴다.


그래서일까.

요즘 가끔 불안하다.

혹시 내가 이 아이를

너무 무장 해제시켜버린 건 아닐까.

세상의 날카로움을 알려주지 않은 채

따뜻한 방에만 눕힌 건 아닐까.


세상은 부드럽지 않다는 걸

나는 안다.

길게는 어른들의 말투에서,

짧게는 놀이공원 줄에서조차

세상은 가끔, 아니 자주

차가운 얼굴을 한다.


그런데도 나는

아이를 혼내는 일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차라리 내가 두 번 뛰고,

세 번 기다리고,

다섯 번 안아주는 게 더 편하다.

아이의 울음보다

내 마음이 먼저 아파서,

그 조그만 등을 돌려세우지 못했다.


나는 믿고 싶다.

다정이 아이를 약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걸.

사랑받았던 기억이

언젠가는 아이의 목소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걸.


그리고 언젠가는

이 아이가

내 손을 놓고 혼자 걸어가게 될 날이 오겠지.

그날 내가 걱정 없이 돌아설 수 있다면,

그건 이 아이가

사랑을 짐처럼 짊어진 게 아니라

힘으로 바꿨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조금 유약해 보여도 괜찮다고

나는 나에게 속삭여본다.


세상 앞에서는

단단한 아이로,

그러나 사랑 앞에서는

부드러운 아이로 자라나기를.

그게 내가 지켜주고 싶은 마음의 근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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