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책임질 힘

by 이손끝


올해 초, 나는 꽤 큰 결정을 했다.

몇 백만 원짜리 쇼핑몰 솔루션을 질렀다.

나는 그날, 누군가의 클릭을 믿었고,

내 미래의 확신을 믿었고,

그리고, 내 안에 있던 근사한 가능성을 믿었다.


그런데 지금, 그 솔루션은

로그인 창을 열 때마다

나를 조용히 책망하는 물건이 됐다.

제대로 켜본 적도 없는 시스템,

한 번도 채워본 적 없는 상품 등록란,

그리고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유지비.


그건 더 이상

나의 꿈을 지지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너는 왜 아직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니’

하고 묻는 어떤 묵음의 목소리다.


사실,

처음엔 의욕이 있었다.

내 손으로 만든 무언가가 세상에 나가고,

팔리고, 누군가의 손에 닿는 상상을 했다.

그게 가능할 것 같았다.

아니,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향은 어긋났고,

일상은 바빴고,

나는 그 틈에서 자꾸만 미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매달 고정비용과

가라앉는 자존감 사이에서

조용히 버티고 있다.


정리해야 할까?

그만두는 게 맞을까?


사실 그런 고민을 하는 스스로에게

먼저 묻고 싶다.

“그때 그 선택이 정말 잘못이었을까?”


나는 안다.

모든 선택은 그 시절의 ‘최선’이었다는 걸.

후회는, 결과를 알고 나서 붙는 이름일 뿐,

그때 나는 정말 간절했고,

정말 용감했다.


그러니, 그 선택을 정리하는 것도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한 계절을 잘 보내주는 일이어야 한다.


버티는 것도 용기지만,

정리하는 건 더 큰 용기다.


망한 게 아니라,

마무리하는 것이다.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접는 것이다.


어떤 선택은 오래 간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어떤 미련은 놓아야 손이 다시 움직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때의 나를 원망하지 않는 것.

그리고 지금의 내가

좀 더 단단하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짐을 내려놓을지를 결정하는 것.


그게 어쩌면

올해 내가 내리는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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