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도 재산이라 믿었다.

by 이손끝


예전엔 그랬다.

열 가지를 벌이면

서너 개는 부서지고

두세 개는 손해가 나고

운 좋게 하나가 살아남았다.


그때는 그 하나가

전부를 보상해줄 것만 같았다.

실패는 감수하는 거였고,

감수는 사업가의 미덕이라 믿었다.

그 시절의 나는

조금 바보 같았고,

조금 더 용감했고,

조금은 멋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손에 쥔 지폐가 더 또렷하다.

카드값, 월세, 고정비, 유지비, 아이 학원비…

그리고 내 손에서 사라진 기회비용들.


이젠 열 개를 시도하기가 무섭다.

하나라도 실패하면

그걸 복구하기 위해

몇 주를, 몇 달을,

내 마음을 다시 다잡아야 하니까.


한때 나는

내 배포를 자랑스러워했다.

겁 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안 되면 말지, 뭐”

웃어 넘길 수 있었던 시간들.


그런데 이제는

‘안 되면 말지’가

‘안 되면 어떻게 해’로 바뀌었다.


겁이 많아졌다.

사업체질이 떨어진 걸까?


무언가를 시도하고,

그게 실패했을 때

예전엔 ‘배움’이라 적어뒀던 자리에

요즘은 ‘손해’라는 낙인이 찍힌다.


손해보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내가 점점 더

이기적인 마음이 되는 것 같아

그게 더 슬프다.


그렇다고 다 끝난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내 안에는 아직

계산보다 직감을 먼저 믿는 사람이

아주 작게, 숨 쉬고 있다.


다만

그 사람을 꺼낼 때가

조금은 조심스러워졌을 뿐이다.


그건 겁쟁이가 된 게 아니라,

그동안 많이 부딪혀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한 번의 실패에도

내 자신을 너무 많이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배포는 줄었지만,

나를 아끼는 마음은 조금씩 자라고 있다.


그걸

실패라고 부르면 너무 가혹하니까,

나는 이렇게 적는다.

‘나는, 이제 좀 더 신중하게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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