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한 존재였다.

by 이손끝


비유하자면

나는 어릴 적 약한 짐승이었다.


허름한 아버지의 울타리 안에서 자란,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는 집의 귀퉁이 같은 존재였다.

비가 새고,

소리가 무서웠고,

문이 닫히면 항상 누군가의 손이 날아올까 숨을 죽이곤 했다.

나의 세계는 경제적인 허술함뿐 아니라,

물리적인 공격이 잦은 곳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공간을 ‘가정’이라 불렀지만

내겐 그것이 늘 사냥터였고,

나는 조심스럽게 울타리 안을 걷는,

기척에 예민한 짐승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강한 사람에게 끌렸다.

본능처럼.

이해보다는 생존에 가까운 감정으로.


어떤 남자에게 마음이 가는지 생각해보면

늘 공통점이 있었다.

단단한 어깨,

위압적인 말투,

리더라는 이름표.

그들의 내면이 강하지 않으면

나는 이상하게도 이성적으로 끌리지 않았다.

외적으로 강한 인상을 가졌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 앞에 있으면,

비로소 내가 약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았고,

내 안의 흔들림들이

잠시나마 바닥을 찾는 기분이었다.


한때는

다정한 사람과 연애한 적도 있었다.

말이 예쁘고,

눈빛이 따뜻하고,

배려라는 감정을 생활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사람과의 관계는 결혼까지 가지 않았다.

끝까지 마음이 닿지 않았다.


그 이유를

나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해했다.

나의 몸과 마음이 원한 건

다정함이 아니라

보호받는 감각이었다는 걸.


내가 지켜야 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기에,

나는 이제

누군가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남편을

나는 ‘지켜달라’고 골랐는지도 모르겠다.

투박하고,

단순하고,

가끔은 무서운 사람.

사람들이 보기엔 거칠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거침 속에서

이상하게도 안정을 느꼈다.


자석처럼 끌려갔다.

이유를 모른 채 결혼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 영혼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이 나의 시간과 어울린다는 걸.


사랑은 때로 선택보다

끌림이 먼저였고,

끌림은 경험보다

기억이 먼저였다.


나는 이제 안다.

내가 왜 그토록 강한 사람을 좋아했는지,

왜 그 다정한 이들과는 멀어졌는지,

왜 지금의 이 사람과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는지를.


그건 아마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단어를 쉽게 믿지 않던 내가

이제는 조용히 꺼내어 보는 단어.


나는 이제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고 싶다.

예쁘면 더 좋겠다.

딸들에게 따뜻한 바닥이 되고,

비가 새지 않는 지붕이 되어주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삶을 살지 못했기에

더 간절히, 더 깊이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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