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업을 시작하고 직업병이 생겼다. 자주 체한다.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물만 마셔도 체하는 날도 있다. 채식을 해도 소화가 안 되고 마음도 안 풀리는 날들이 이어졌다. 예민한 나는 스트레스를 몸으로 소화했다. 일이 많을 땐 토했다. 고객에게 따지듯 오는 전화 한 통이면, 하루가 다 망가졌다. 그렇게 몇 번이나 토하고 나서야, 나는 알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일과 건강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이제는 건강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일을 줄였다. 여백을 만든 대신 불안도 함께 들어왔다.
일이 줄어들자 마음이 더 바빠졌다. 매출이 줄어들까 봐 조마조마했고, 이대로 회사가 식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그릇이 참 작다, 생각했다. 그래서 덜컥 쇼핑몰을 계약했다. 인쇄물 위에 새로운 가능성을 그리겠다는 희망이었다. 무언가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의지였다. 다양한 아이템을 구상했다. 나만의 굿즈, 다양한 인쇄물, 로고디자인, 상세페이지 디자인... 다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기세가 꺾였다. 생각만큼 추진되지 않았고, 어느 순간부터 손이 멈췄다. 그렇게 쇼핑몰은 반 년째 방치 중이다. 방치의 시간은 자책이 되어 돌아왔다. 왜 시작만 하고 마무리는 하지 못할까. 머릿속에서 자꾸 그런 목소리가 맴돌았다.
그러다 생각이 정리됐다. 하고 싶다고 해서 모두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하고 싶은 걸 다 하려다 하나도 못 하고 있었다. 조용히 깨달았다. 명함. 내가 가장 오래, 가장 많이, 가장 잘해온 것. 고객의 얼굴을 대신하는 그 작은 종이 조각 안에 나의 시간이, 기술이, 자존심이 들어 있었다. 이건,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었다.
이제 방향이 보였다. 디자인 아이템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던 나는, 작은 명함 한 장으로 다시 육지를 밟았다. 결정을 내리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어깨에 얹혔던 짐이 내려졌고,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내 안의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뾰족하게 세운 것만으로, 나는 한 걸음을 딛게 되었다.
올해 안에 명함전문쇼핑몰 세팅을 마무리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매출을 낼 것이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나를 다시 살려낼 것이다. 삶은 늘 이렇게 나를 시험한다. 가지 말아야 할 길로 자꾸 끌고 가서, 결국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다시 묻게 한다. 그렇게 또 한 번, 나는 길 위에 있다. 꽉 막힌 속이 좀 편안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