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오늘 딸과 재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는 춤을 좋아한다. 거울 앞에서 아이돌 춤을 따라 하고, 틈만 나면 몸을 흔든다. 그런데 몸치다. 따라는 하는데 자꾸 박자를 놓치고 동작이 어색하다. 그런데도 아이는 말했다. “나는 댄서가 되고 싶어.” 나는 잠시 침묵했다. 아이의 꿈을 제한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솔직하고 싶었다. 그래서 말했다. “그건 직업으론 하지 말고, 취미로 했으면 좋겠어.” 아이는 이유를 물었고, 나는 평소에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엄마가 생각하는 재능은 이상하게 처음부터 조금 잘하는 거야. 노력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유독 잘하는 것. 그걸 발견하고 뾰족하게 다듬으면 직업이 될 수 있어. 근데 춤은 너한테 기쁨으로 남기면 좋을 것 같아. 네 진짜 재능은 엄마가 보기엔 글이야.”
아이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내가 너무 단정 지은 건 아닐까 마음이 쓰였지만, 아이가 나중에 혼자 방향을 정해야 할 날이 왔을 때, 오늘 이 대화가 하나의 기준으로 남았으면 했다.
재능이란 말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첫 글자 ‘재(才)’는 본래 나무에서 싹이 트는 형상에서 유래했다. 단단한 껍질 사이로 작고 여린 생명이 고개를 내미는 모습. 아직은 작지만 분명 자라날 기운이 있는 상태. 그래서 ‘재’는 처음부터 크거나 화려하지 않다. 다만, 유독 어떤 영역에서 이상하게 조금 더 잘하는 감각, 그게 ‘재’다.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어쩐지 손이 먼저 가고, 설명하지 않아도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 아이가 글을 쓸 때 나는 그런 감각을 본다. 문장을 끝내는 방식, 단어를 고르는 눈, 감정을 풀어내는 흐름이 남다르다. 단지 문법을 아는 게 아니라, 자기 안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는 법을 알고 있다. 그건 나도 글을 쓰며 오랫동안 익혀온 능력이었기에, 아이가 가진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나는 알고 있다. 내 생각만은 아닌 것이 아이는 유치원 때 이야기박사상을 받았고, 평소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능(能)은 곰의 형상에서 왔다고 한다. 겉으로는 무겁고 느린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민첩하고 유연하며 자기 몸을 정확히 쓰는 동물. 그래서 ‘능’이란 단어에는 단순히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잘 감당하고 해내는 힘이 담겨 있다. 사람마다 능력의 모양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눈에 띄는 방식으로 그것을 드러내고, 어떤 사람은 조용하고 느리게 품는다. 아이가 글을 쓸 때 나는 ‘능’을 느낀다. 감정을 흘리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전달하고, 나름의 리듬을 놓치지 않으며 말끝을 단정하게 닫는다. 말로 표현하지 못한 생각을 글로 먼저 정리하는 아이. 문장을 좋아하는 아이를 볼 때면 마음이 조금 놓인다. 이 아이는 자기 이야기를 가진 사람으로 자라겠구나, 싶어서.
나는 아이에게 춤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기쁨으로 남기라는 뜻으로 말했다. 직업은 시장과 조건과 비교가 따르는 일이니까. 오히려 너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기쁨이 무너질 수도 있다. 대신 글은, 아이가 오랜 시간 안에서 쌓고 있는 감각이라서, 언젠가 그것이 길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재능은 노력보다 오래가는 감각이고, 덜 지치고 오래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걸 아이가 일찍 발견할 수 있다면, 삶을 견디는 내성이 조금은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딸이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오늘 나눈 이야기가 아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언젠가 스스로를 판단할 때 기준이 되어주길 바란다. 꿈은 바뀔 수 있고, 길도 달라질 수 있지만, 자기 안의 감각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감각은 스스로를 믿는 데 도움이 된다.
재능은 신기하게, 처음부터 조금 잘하는 것. 아이가 자기 안의 재능을 잘 꺼내어 갈고닦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