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글

일과 꿈의 사이에서

by 이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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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누가 보면 작고 고된 일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길을 어렵게 개척해 왔고, 쉽게 얻은 자리가 아니기에 더욱 감사하며 살고 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땐 매출보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 집중했고, 시간이 지나 지금은 이 일이 나를 먹여 살리는 중심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불안정한 프리랜서 시절을 지나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고, 삶의 구조를 세운 지금, 무모하게 다른 꿈으로 방향을 틀 생각은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잊힌 줄 알았던 마음이 자꾸 고개를 든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 다시 전업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어쩌다 한 번씩 스며든다.


글을 쓰고 싶다는 이 감정은 환상일까, 아니면 내 안의 깊은 진심일까. 한때는 정말 간절하게 바라던 길이었다. 하지만 그 길은 내게 가난과 불안정, 외로움을 안겨주었던 시절이기도 하다. 내 20대는 그랬다. 글로 밥을 지어보겠다고 악착같이 버텼지만, 세상은 그런 나에게 밥보다 허기, 눈물과 불안을 더 많이 안겨주었다. 결국 내게 뛰어난 재능이 없음을 인정하며 다른 길을 선택했고, 지금처럼 이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안정적이고, 현실적이고,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도 왜일까. 어쩌자고, 왜 포기가 안 될까. 왜 글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릿하고, 왜 아직도 ‘그때의 나’가 내 안에서 살아 있는 걸까.


글을 다시 쓰게 된다면, 또다시 가난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이미 겪어 알고 있는 세계이기에 더 선명한 불안이다. 지금 누리는 생활을 잃는 건 무섭고,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나는 지금처럼 계속 살겠다고 마음을 다잡지만, 어느 날 문득, 그 결심이 흔들릴 만큼 간절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도대체 왜 글을 포기하지 못하느냐고. 지금 이 삶이 얼마나 귀한데, 왜 자꾸 없는 자리만 바라보느냐고.


그러나 그 물음에 뾰족한 답은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글은 여전히 내 마음 한쪽에 살아 있고, 때로는 내가 글을 원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글이 먼저 나를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포기가 안 되는 게 아니라, 포기하지 못할 이유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일은 나를 먹여 살리고, 글은 나를 살아 있게 한다. 하나는 생계이고, 하나는 존재의 감각이다. 나는 그 둘 사이 어딘가에서 매일같이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처럼 일이 많은 날엔 그런 고민이 잠시 잊힌다. 바쁜 하루는 내게 안정을 주고,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남긴다. 거래가 성사되고, 제작이 들어가고, 일이 착착 진행되는 날이면 ‘이 길이 맞다’는 안도감이 든다. 확실히 바쁜 게 낫다. 바쁘면 돈이 벌리고, 생각이 사라지고, 허기가 눌린다. 한가해지면 자꾸만 그 빈 곳을 들여다보게 된다. 한 걸음도 떼지 못한, 머뭇거리던 나의 방 앞에 다시 서게 된다. 그곳을 오래 바라보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바쁘고 싶다. 바쁜 게 낫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방을 완전히 외면할 수도, 완전히 들어갈 수도 없다는 걸. 그저 이렇게 오늘 하루는 일하고, 언젠가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 그 방 앞에 다시 앉게 되길 바란다. 그때는 더 이상 두렵지 않기를. 글이 밥이 되지 않아도, 내 안의 세계로는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스스로 믿게 되기를. 오늘은, 그냥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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