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외주를 맡길 때 나는 결과만큼 태도를 본다. 물론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일을 여러 번 맡기다 보니 알겠다. 결과보다 먼저 마음을 흔드는 건 그 과정, 그러니까 상대의 태도다. 생기 있게 답변해주고, 집중해서 자료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오는 사람을 신뢰를 한다. 그런 사람이 보내는 결과물은 완성도를 떠나서 왠지 모르게 흐뭇하게 만든다. 노력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작업물을 고쳐달라 말해도 감정 없이 수용하고, 수정의 디테일도 성실하다. 결국 태도는 디자인 속으로 스며든다. 감정은 결과로 남는다.
외주 사이트에서 만난 한 디자이너가 있었다. 작업 태도도 좋았고 결과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두 번째 일을 맡겼다. 그런데 이번엔 뭐랄까, 뭔가 다르다. 자료를 꼼꼼히 안 본 듯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이고, 메인 로고도 마음대로 바꿔 앉혀놓았다. 그건 실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정 시안에서도 요청이 반영되지 않은 채 그대로 돌아왔다. 결과는 아쉽고, 태도는 더 아쉬웠다. 생글생글 웃으며 친절하게 대답해주던 사람이 사라지고, 할 말만 딱딱하게 적는 사람이 대신 앉아 있었다. 실망했다. 결국 같은 시안을 여섯 번이나 수정하게 되었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직원이 떠올랐다. 그 직원도 처음엔 잘했다. 집중했고, 섬세했고, 생기가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눈빛이 흐려졌다. 피로했을 것이다. 몇 번의 상담을 나눴지만, 그 직원은 결국 ‘사람에게 질려서 디자인을 못하겠다’며 퇴사했다. 나는 그 말을 오래 곱씹었다. 권태가 왔던 걸까. 반복되는 피드백과 감정 노동에 지쳐버린 걸까.
그래서 직원보단 협업 프리랜서를 찾기로 했고 그렇게 여럿의 프리랜서를 만났다. 모두 처음 만났을 때는 좋다. 새로운 관계는 새로움이 주는 긴장감과 성의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익숙해지면 태도가 변한다. 결국 사람은 비슷한 패턴을 반복한다.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고민에 빠진다. ‘혹시 내가 문제인 걸까?’ 협업이란 결국 관계의 문제고, 관계는 서로의 태도로 엮여간다.
나는 외주자에게 결과를 요구하지만,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태도를 기대한다. 결과가 중간 이상이면 괜찮다. 그런데 태도가 나쁘면 결과가 아무리 괜찮아도 마음이 틀어진다. 다시는 같이하고 싶지 않다. 반면 태도가 좋으면, 결과가 조금 미흡해도 수정해가면서 다시 함께하고 싶다. 결국 태도는 실력의 일부다. 아니, 태도는 실력보다 오래 남는 것이다.
재밌는 건 디자인이 그 사람의 태도를 숨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실한 사람의 디자인은 차분하고, 무성의한 사람의 디자인은 그 무심함이 고스란히 보인다. 그건 이미지 한 장 안에도 나타난다. 나는 그걸 안다. 그래서 자꾸 바라보게 된다. 디자인 그 자체보다 그걸 만든 사람의 마음을.
그래서 협업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동시에,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기적이다. 생기가 있고, 집중하고, 성의가 있는 사람. 결과가 아니라, 그 사람과의 과정이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사람. 오늘도 나는 그런 사람을 기다린다. 결과를 보내기 전, 말 한마디에도 온기가 담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