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을 지휘하는 사람

고수

by 이손끝


‘고수(高手)’라는 말, 한자로는 ‘높을 高’와 ‘손 手’를 쓴다. 글자 그대로 풀면 ‘높은 손’,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내가 느끼는 ‘고수’는 단순히 기술이 좋은 사람을 넘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까지 챙기고, 작은 차이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디자인을 할 때를 생각해 본다. 글씨의 자간을 아주 살짝 조정하거나, 같은 고딕체라도 획의 꺾임이 다른 폰트를 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색감도 마찬가지다. 컬러 농도를 1~2포인트만 바꿔도 전체 인상이 변한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눈치채는’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것이 고수다.


SNS 운영도 비슷하다. 겉으로 보기엔 똑같은 글 같아 보여도, 안에는 검색 의도와 SEO 구조가 촘촘하게 설계돼 있다. 발행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글이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을지 유입 경로를 만들고, 반응을 보면서 다듬는다. 이렇게 의도한 글은 우연히 잘된 글과 달리 오래 버틴다.


하수는 운이 좋으면 한 번 멋지게 해낼 수 있다. 하지만 꾸준하게 가기가 어렵다. 반대로 고수는 우연에 기대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고객이 알고, 알고리즘이 알고, 결국 시장이 알아준다.


롱런하는 브랜드나 사업은 예외 없이 디테일을 챙긴다. 대충 해도 티 안 나는 부분까지 신경 쓰고, 안 보여도 느껴지는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 차이가 쌓여 ‘고수’라는 이름이 붙고, 대체불가한 브랜드가 된다.


나는 디테일이 친절함 혹은 간절함과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 번 들여다보는 마음, 그게 결국 차이를 만든다. 그래서 고수는 기술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태도와 습관, 그리고 결과를 보는 시선이 함께 빚어내는 것이다.


결국 고수는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담아 디테일을 지휘하는 사람’이다. 같은 결과물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결정들이 숨어 있고, 그 결정이 쌓여 오래가는 힘이 된다. 그래서 나도 매번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작은 차이가, 나를 고수로 만들고 있을까?”


ChatGPT Image 2025년 8월 13일 오전 11_32_26.png 고수


이 글은 이 손끝의 [단어의 온도] 매거진에 연재 중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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