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성장, 삶의 성장

시선

by 이손끝

시선(視線). ‘시(視)’는 보다, 바라보다는 뜻이다. 단순히 눈으로 본다는 뜻을 넘어, 마음을 기울여 인식한다는 의미까지 품고 있다. ‘선(線)’은 선, 즉 연결된 길이다. 결국 시선이란 눈길이 닿아 만든 보이지 않는 선, 내가 바라보는 것과 나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다.


얼마 전, 나는 작은 발견을 했다. 지금 열네 달 된 내 아이 때문이다. 예전엔 내가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키면 아이는 늘 내 손가락만 봤다. 그날도 나는 습관처럼 “저기 저거 봐.”하고 말했지만, 곧 ‘아참, 이 아이는 아직 시선을 멀리 던질 줄 모르지’ 하고 스스로 머쓱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의 눈길이 손가락 끝을 떠나, 진짜 내가 가리키는 먼 곳으로 날아갔다. 순간 나는 놀라움과 감탄으로 숨이 막혔다. 아이가 한 단계 성장한 것이다.


첫째를 키워본 터라 이런 성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모든 첫 순간은 매번 새롭게 놀랍다. 나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계속 곱씹었다. 그리고 나는 곧 내 삶을 돌아보았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신호와 장면 속에 산다. 세상이 던져주는 시그널이 끊임없이 눈앞을 스친다. 하지만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을까. 아이처럼 손가락 끝만 보고 멈춰 있지는 않은가.


시선은 단순히 보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는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서로 다른 선을 그린다. 누군가는 글자만 보고, 누군가는 그 문장 뒤에 숨은 뜻을 본다. 누군가는 화면만 보고, 누군가는 그 속 사람의 마음을 본다. 같은 눈이지만, 마음이 어디에 붙들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시선이 만들어진다.


요즘 나는 가끔 불안과 무기력에 휩싸인다. 매출이 떨어진 날, 상담이 없는 날, 고요가 나를 압도하는 날. 그럴 때면 자꾸 시선이 한 곳에 갇힌다. 오늘의 통장 잔액, 당장의 수치, 손가락 끝처럼 가까운 불안만 응시한다. 하지만 아이의 눈길을 떠올리면 깨닫는다. 시선을 조금만 멀리 던지면, 지금의 막막함이 아니라 그 너머의 가능성을 볼 수도 있겠구나 하고.


시선은 습관이다. 늘 가까운 것만 본 사람은 멀리를 보기 어렵다. 그러나 한 번 눈을 멀리 던져본 사람은 다시 좁은 곳에 갇히기 힘들다. 내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시선의 방향이 삶의 방향을 만든다. 틈틈이 명언을 읽고, 책을 리뷰하고,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나의 시선을 멀리 두려는 연습일지 모른다. 눈앞의 매출과 불안을 넘어서, 누군가에게 닿는 문장을 바라보는 일. 그 순간 나는 손가락 끝을 보는 게 아니라, 그 너머를 보는 것이다.


아이 덕분에 배운다. 시선은 결국 선택이다. 무엇을 볼 것인가. 얼마나 멀리 볼 것인가. 그리고 그 선 끝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나는 오늘도 묻는다. 지금 내 시선은 어디에 닿아 있는가.


ChatGPT Image 2025년 8월 24일 오후 08_22_41.png 시선의 성장, 삶의 성장


이 글은 이손끝의 단어의 온도에 연재 중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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