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재능
나는 예전에 문예창작과 입시를 준비하면서 운문을 공부했다. 그 시절, 시라는 세계는 내게 낯설고도 매혹적인 문이었고, 그 문을 열면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의미는 언제나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그때 선생님이 우리에게 영화를 한 편 소개해주셨다. 강동원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M. 모두가 교실에 모여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했고, 나는 한 장면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 스크린 속에서 무언가가 흘러가고 있었지만, 그 의미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상영이 끝나자 친구들은 저마다 감상을 이야기했다. 어딘가 불안했지만, 나는 감정을 정리 중이라며 대답을 미뤘다. 그때 선생님은 내게 결정적인 말을 했다.
“이 영화를 보고 감흥이 없다면 글을 쓰면 안 된다.”
그 말은 곧 내 안에 남아 있던 작은 불씨를 꺼뜨려 버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날, ‘아, 나는 예술적 재능이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감흥을 느끼지 못한 사람에게 글을 쓸 자격은 없다고 단정 지은 순간, 내 꿈은 다른 길로 비켜나야 할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좌절감을 안은 채로도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싶었다. 아니,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누군가의 마음속에 가닿고 싶다는 욕구가 더 선명해졌다.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로, 나는 글과 멀어질 수 없었다. 오히려 나는 글이라는 통로를 통해 나를 증명하고 싶어졌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그 장르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 감흥이 없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 ‘모른다’는 감정도 감흥의 한 종류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나는 명확히 말로 풀어낼 수 없는 어떤 당혹, 어떤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무력함을 단순히 ‘재능 없음’으로 규정해 버린 건, 너무도 서둘러 내린 결론이었다.
나는 지금도 계속 쓰고 있다. 예전처럼 시를 쓰지는 못해도, 에세이를 쓰고, 일기를 쓰고,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문장을 갈무리한다. 언젠가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마음속 작은 파문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건 분명 재능이라 부를 만한 무엇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를 멈추지 못하게 하는 힘, 그건 욕구이자 집요함이고, 동시에 삶을 버티게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재능은 선천적인 빛일지도 모르지만, 글을 향한 이 갈망은 내 삶이 축적해 온 그림자에 가깝다. 나는 글로 누군가에게 닿고 싶다는 그 마음 때문에 여전히 쓰고 있다. 잘 쓰고 못 쓰는 것은 늘 내 뒤를 따라다니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이 갈망만큼은 거짓이 아니다.
어쩌면 나는 지금도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글을 쓰는 것이 내게 허락된 길인지, 아니면 그저 착각 속을 헤매는 것인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이해하지 못했던 영화 속 이미지처럼, 내 안의 욕망 또한 완전히 해명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계속 붙잡고 싶다. 누군가가 재능 없다고 단언해도, 나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여정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 그것이 바로 내 재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