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첫 양말

by 소운

작은 양말 가게에서 좋아하는 양말을 파는 꿈을 꾸는 친구가 있다. 양말이 하나도 없던 나에게 이 친구의 꿈은 순식간에 무채색이던 내 마음을 알록달록하게 물들였다.

양말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더니 사람들이 별 날 아닌데도 양말을 사준다고 했다. 이런 귀여운 세상을 알게 돼서 좋았다. 그 소박한 꿈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양말을 샀다. 서른이 넘어서도 처음 해보는 게 많다.

양말을 샀을 뿐인데 사람들이 나의 첫 양말을 축하해 줬다. 처음인데도 누가 봐도 내 양말 같은 걸 찾았다고,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줬다. 처음을 나눠줘서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겨울.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싶은데 이러고 있어도 된다고 괜찮다고 얘기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내 일상이 꽤 근사해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덕수궁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