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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정원

by 소운

팝송과 개나리를 좋아하던 소현이. 정원이었던 소현이. 비가 많이 내렸던 내 열아홉에, 빗물에 흘러가는 흙과 나뭇잎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는 창가를 선물해 줬던 소현이.

오늘은 소현이의 생일이다. 어느 생일에는 꾸깃한 지폐를 꺼내 장미꽃 한 송이를 샀었다. 스물세 살이 된 여름에 소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애의 가족들도, 키우던 강아지도 그리고 쏟아부었던 내 시간들도 함께. 잊고 살다가도 문득 생각난다. 우리는 11월 15일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소현이를 찾는다.

힘들면 힘들다고, 오늘의 아침을 견디기엔 너무 많이 와버려서 길을 잃었다고 말이라도 해줬더라면. 미안하다는 한 마디면 됐는데. 소현이가 사라지고 난 후 찰나의 배신감은 들었지만 그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어른이 되고 난 후 늘 돌이켜 본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내게 남는 정답은 하나뿐이다. 그렇게 사라지는 게 유일한 방법은 아니었을 텐데. 여전히 이 대답만 남는 것은, 나와 하나언니가 소현이처럼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우리는 아직도 가끔 궁금해해.
네가 건강하고 안녕하길 바라면서.
삼십대의 끝자락에 있는 당신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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