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에게
나는 서른셋이 되었어
우리 처음 만났을 때가 13살이었는데 이제 우리 사이에 덧없는 20년이 쌓였네
내가 놓친 너의 서른셋은 어땠어?
오랜만에 서랍 속 깊숙하게 넣어 둔 이야기를 꺼내 들었어
그때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배경 삼아 말해줘서 고마웠고
나한테 제일 진심으로 남겨줘서 마냥 좋았는데
오늘은 그 속에 숨겨진 너무 많은 생각과 말들이 보였어
나는 그 당시에도 당신을 이해하려고 했구나
뭘 안다고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는 네가 어떤 마음으로 그 말을 했는지도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아
정말 다 정리하고 떠나려고 했었구나
그곳에서의 네 하루들이 외롭지 않았다면, 아주 바빴다면 더 좋았을까
모든 안녕하고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네 스물다섯이 다 보였어
너도 어렸는데
너도 나만큼 어렸는데
그 무거운 마음들을 끌어안고 어쩔 줄 몰라했겠구나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지나 보니 아무것도 아닌걸
서른셋이 된 내가
스물여덟의 너를, 스물다섯의 너를, 열여덟의 너를, 외롭고 울적했던 너를 위로해
내가 받았던 그 위로, 이렇게 돌려주나 봐
나만 아는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나처럼 계속 그 시절을 곱씹은 너도 알만한 이야기
어떻게 지내?
다음 책은 너에게 쓰려고 해
너는 글을 좋아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