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행이 있는 노선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일반 열차를 보내는 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이틀에 한 번은 꼭 듣는다.
곧 출발하오니 안전한 객실 내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언젠가부터 이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전하다. 나는 안전한가? 안전한가 보다. 그렇다면 마음이 놓이네.
여권에 적힌 문장도 좋아한다.
대한민국 국민인 이 여권소지인이 아무 지장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고 필요한 모든 편의 및 보호를 베풀어 주실 것을 관계자 여러분께 요청합니다.
영어문구도 좋다. ~in case of need, to afford her every possible assistance and protection. 한국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여권 첫 장을 계속 읽었다. 내 미래는 모호하지만, 나는 여전히 소중한 사람이라고 되뇌려고. 존엄성을 가진 사람. 언제든 돌아 올 든든한 나라가 있는 사람. 가끔 내 존재가 희미해진다고 느껴질 때 여권을 꺼내본다. 한 끼를 제대로 챙겨 먹은 것처럼 속이 든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