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속 『다음은 있어』 라는 글에 나오는 첫 독자님이 오늘 와주셨다. 그분이 모르는 상태로 책을 읽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었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불쑥 우리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말해버렸다. 책을 다듬으면서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우리는 지나가듯이 오늘은 아무도 울지 말자고 말했다.
울지 않고 씩씩하게 그분을 보내고 자리에 잘 앉아 있었는데, 다른 분이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대구에서 어머니와 함께 나를 만나기 위해 왔다고 하며 가방에서 내 책 두 권을 꺼냈다. 선선한 가을바람 속에서 그 큰마음을 마주하자, 목 아래에서 무언가가 자꾸 울컥거렸다. 연신 고맙다고 말하며 사인을 하던 중, 어머니께서 나를 만나기 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내 책을 읽었다고, 『우리는 소중해』를 읽고 처음으로 자신이 왜 소중한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며, 힘든 시기에 쓴 글이어서 더 깊게 와닿았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마음에 가득 차 있던 감정들이 흘러나왔다.
삼십 분쯤 뒤, 계속 생각이 나서 구매하러 왔다는 분을 마주하고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서든 글을 계속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떠나는 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여운이 남았다. 내 책을 들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 글이 그들의 하루나 인생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커졌다. 글을 쓰는 일은 종종 혼자만의 작업처럼 느껴지지만, 오늘 나는 그 과정이 독자들과 이어지는 끊임없는 대화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들이 내 글을 통해 조금 더 따뜻해지고, 위로를 얻고,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걸어가고 싶어졌다.
이 만남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내 글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알게 된 오늘을, 나는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