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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llalawoman Jul 24. 2022

숨은 보물찾기

삶의 의문을 품는 순간 찾게 되는 보물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언제나 분주하다.

딸에게 어서 잠에 들라고 재촉하면서, 양치질은 했는지, 어지럽힌 방은 정리했는지 잔소리를 늘어놓고,

집안 곳곳에 켜진 불을 꺼가며, 침실로 이동한다.

나의 보통의 날들은 이러하다.


오늘은 보통의 날들에서 조금 발걸음을 틀어, 서재에 들어왔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동굴을 찾아왔다.

이러한 시간은 자주 허락되지 않기에 밤마실 나가는 설렘처럼 신나게 책장을 둘러보며

무슨 책을 읽을까 즐거운 고민에 빠져있게 된다.

책장 맨 위칸 오른쪽에서 두 번째. 빛에 색이 바랜 분홍색 표지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마음이 행복해지는 책'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해지는 듯하다.


책 표지를 넘기자마자 긴 장문의 편지가 쓰여있다.

"은쭈야! 우리  인생친구 하는 거다.

 많이 아끼고... 시간에 서로 익숙해지자!!!

그리고

 웃음 절대 그림자를 더하지 말기."


'숨은 보물찾기'

또 하나의 보물을 찾았다.

포춘 쿠키처럼 나의 책들 곳곳에는 이런 편지글들이 있다.

책마다 인생의 징검다리가 되어준 사람들의 온기가 담겨있다.


18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이 책을 주던 그녀의 눈빛과 목소리 그리고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까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내가 직면한 세상처럼 입김마저 뿌옇고 막막하던 추운 날이었다.


조건 없이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던 사람.

그녀가 그 시간에 있어줘서, 나는 추운 겨울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녀와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지만, 진심으로 응원해주던 그날의 시간은 내게 머물러있다.

내가 발견한 이 책과 함께.


사는 것이 참으로 내 마음과 같지 않을 때가 많다.

내게 닥친 숨 막히는 순간들이 왜 내게 왔을까? 도대체 나는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괴로움에 처해야 하나를 원망할 때가 있다.

내가 나의 영혼을 갉아먹고 심장에 욕창이 생긴 듯 문드러지는 순간들을 겪으면서, 사는 것이 참으로 녹록치 않음을 실감하고 멈춰 서고 싶을 때 말이다.


신은 내가 삶에 의문을 품는 순간, 시간을 지나갈 징검다리와 같은 인연을 허락하신다.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더라도 나머지 한 발을 돌에 디뎌 다시 일어서라고, 그리고 다시 건너라고 내 삶 곳곳에 보물과 같은 인연을 숨겨두신다.

다행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내 타고난 성향 덕분에 그 보물을 잘 찾아서 살아가는 중이다.


오늘처럼, 이렇게 보물을 찾는 날이면

삶이 지루하지 않고, 그래도 살만한 것임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내게 건네준 그녀처럼 수많은 인연들이 나를 살게 하였고, 그들로 인해 나는 지금을 살고 있다.


삶에 또 의문을 가질 때, 숨겨둔 보물이 나의 지금에 얼굴을 드리운다.

잊지 말라고.

내게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던 인연들을 기억하고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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