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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Jul 05. 2022

문해력의 세대 차이

읽기 환경, 무엇이 달라졌는가


‘문해력’을 정의하는 데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전통적인 정의에서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즉 기초적인 문식성에 중점에 두었다면, 최근에는 독해력과 유사한 개념으로 ‘글쓴이의 의도나 방향을 제대로 읽어내는 능력'으로 확장해서 사용되고 있다.


영상이 미디어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넓게 보 지금은 텍스트의 시대다. 단문을 끊임없이 주고받, 온라인 뉴스나 피드에서 새로운 텍스트를 계속 확인하고자 하며, 영상에도 자막이 없으면 흥미가 떨어진다. 넘쳐나는 글들을 우리는 늘 적당히 넘겨 읽고 이해했다고 여기고,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문제 삼는다.



문해력이 약화되었다는 현상의 배경에는 공간적 특성과 시간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인쇄된 종이의 텍스트를 여유 있게 읽을 때와, 른 기사 제목과 러 광고가 덕지덕지 유혹하는 공간에서 문해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생산 영역에서도 경쟁적인 속도전이 펼쳐진다. 클릭을 더 받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기사를 써야만 한다. 인쇄 텍스트를 읽고자 할 때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


언어 유희와 변형 때문에 문해력 수준 낮다는 의견 종종 듣는다. 다양한 표현 대신 '대박'과 '헐'이면 모두 통용되는 시기도 있기는 했다. 부모님은 종이신문 대신 온라인으로 기사를 읽으신 지 오래되었지만, 요즘 기사는 특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난독증이 된 것 같다고 한탄하신다. 당신이 나이가 들어서 이해력이 떨어진 것일 수도 있겠으나, 최근의 글들이 불친절한 이유도 있다는 것이다. 기사에서마저 젊은이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줄임말과 신조어가 많아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하신다.



지나가는 길에 공연히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의자를 발로 차던 어린 시절의 방자함이 가장 만만한 것 가운데 하나인 말을 가만히 놓아둘 리 없었다.

-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중에서


청소년 세대들 자기들끼리의 언어와 은어를 사용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유대감을 가다. 금의 세대들이 특별히 유별난 것이 아니다. 문해력 세대 차이 주요 원인은 그보다는 사회 기반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세대 사람들은 생활과 문화 전반에서 짪은 글에 익숙하다. 지난 글들은 흘러가버리고, 긴 글에는 비용이 청구되는 시스템에서 자란 것이다. 따라서 경제력이 없는 들의 말과 글은 더욱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또 한번 시스템이 확장되면서 일정 비용 안에서 무제한으로 텍스트를 전송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 이모티콘을 한없이 간편하게 나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안에서 진지한 하나의 문장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없다. 대량 텍스트의 빠른 흐름 속에서 문자는 축약어가 되고 주로 모음을 잃어버린 자음만교환다.



그러니까 문해력의 세대 차이는 아이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자본력을 가진 기성세대가 주도해서 만들었고, 아이들은 그 구조에 익숙해진 것이다. 아이들에게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고 비난하거나 문해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하고 싶다면, 그 원인이 사회 구조 안에 있는 것은 아닌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사는 아이들에게 독해가 어려운 수능 시험은 기성세대의 문해력에 맞추라는 폭력일지도 모른다.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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