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를 읽고
고독은 우리를 보호해주는 형제, 아니면 연상의 친한 친구와 같다. 너무 잘 알기에 침묵조차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다. 고독은 기분 좋은 메시지를 속삭이며 우리를 달랜다. (...) 그러나 고립은 고독의 사악한 쌍둥이, 아니면 못된 친척이다. 그것은 예고도 없이 들이닥쳐서 우리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 고독이 얼마나 쉽게 고립으로 변하는지, 마음을 달래던 자족감이 얼마나 쉽게 소격감으로 대체되는지.
단순한 사실적 진술 하나가 완전한 문장의 형태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는 그 말을 듣는다.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 이것은 정말 마술적이고 변혁적인 순간이다. 이것은 일종의 만화경 같은 변화랄까, 나 자신에 대한 기정사실들이 저절로 모습을 바꾸더니 새로운 질서에 따라, 놀랍고 신선한 시각에 따라 재구성되어 내 내면이 삽시간에 재편되는 듯한 순간이다.
“개가 생긴 뒤로 네 세계가 좁아진 거야?”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내가 루실과 살게 된 뒤 예전에 하던 많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영화관에 덜 가고 쇼핑도 덜 하고 외식도 덜 한다고. (...) “어떤 면에서는 좁아졌지.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넓어졌어. 주고받았어.”
개는 사람에게 진정한 애착이 무엇인지를 알아볼 기회를 준다. 비교적 안전하지만 진실된 방식으로.
책 정보 :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글, 바다출판사 펴냄
함께 읽은 책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글, 정지인 옮김, 곰출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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