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쿨렐레 레슨 1년의 기간은 나에게도 의미가 있지만, 선생님에게도 크게 다가왔던가보다. 레슨 일지를 뒤적이며 두 번이나 언급하신 걸 보면. 사실 혼자서도 악보를 보면서 어느 정도 연주하며 어설프게 노래도 할 수는 있었기 때문에 시작할 때는 몇 달만 배워 보자는 심정이었지, 이렇게 길게 배우게 될 줄 몰랐다.이 주제로 글을 쓰는 것 역시 다섯 편을 넘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어쩌다 보니 스물 한 번째 글을 쓰고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자만을 버리고 배우기를 참 잘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 연주가 엉망진창 투성이라는 것도 몰랐을 테고, 그 언저리에서 더 나아가지도 못했을 테니까. 몇 개월만 배우다 그만두지 않은 것도 잘했다. 배운다고 크게 나아지지 않아 좌절도 해보았고, 인정하는 법도 배웠으니까.꼭 잘 하는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으니까.
배운다는 것은 나아감이라기보다는 못나고 못함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일이다. 나는 1년간의 레슨으로 매끄럽지 않은 연주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이 사랑스러운 악기를 잠시 잠깐의 흥밋거리로 삼다가 버려두지 않을 수 있었다. 악기와 만나는 순간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고 악기의 울림이 감정을 울리는 경험도 해보았다. 그런 발견과 관심을 이어나가기 위해 나는 배운다.
네 생각만으로 벌써 일 년이 일 년 뒤에도 그 일 년 뒤에도, 널 기다려~
한동안 빠져 있었던, 애절한 브라운 아이즈의 노래 가사에 이입하는 대상이 악기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우쿨렐레는 이제 절실하게 닿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내 짝사랑 상대이자, 손가락을 아프게 하는 고행이자, 연습을 건너뛴 날 다그치며 반성하게 하는 선생님이며, 절망과 희망의 멜로디로 춤추게 하는 악보다.
동시에 우쿨렐레는 일상에 지친 나를 노래하게 만드는 마이크이자, 나의 몸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흥겨움이자,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미스트이면서, 느리지만 유연한 목표이며, 저녁과 주말 시간을 울림과 진동으로 채우며 우리 집 방구석을 지배하는 절대자이므로 오래 더 오래 곁에 두고 싶다.
음악이 없다면 삶은 하나의 오류일 것이다. - 니체, 《우상의 황혼》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넘어 악기와 음악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기쁘다. 음악을 듣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 뿌듯하다. 나의 음악이 다른 이들에게 닿아 그들도 흥얼거릴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 벅차다. 그러니, 니체의 말을 이렇게 다시 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