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날개를 펼치고 밤을 날아서

우쿨렐레 적응기 #6

by 유달리


첫 브런치 북 〈하찮은 우쿨렐레 입문기〉를 발간하고 우쿨렐레와 진한 유대감을 나누고 있는 나날이다. 오늘 레슨은 또 어떤 곡이 나의 감성과 내면을 흔들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악기를 메고 십여 분을 걸어 레슨실에 도착했다. 선생님은 폴 매카트니의 〈Blackbird〉 악보를 들고 오셨다. 코드를 잡을 필요 없는 개방현 쓰리핑거 주법 멜로디 악보였다. 이어지는 선생님의 단골 멘트, 하실 수 있죠?


그럼요, 그럼요. 쉬운 악보를 만난 오늘만은 어린양처럼 떨지 않는다. 선생님이 리드하는 박자에 맞춰 경쾌하게 줄을 튕긴다. 선생님과 동시에 연주했는데, 속도가 처지지 않고 대등한 연주가 이어진다. 어째서? 코드를 잡지 않으니까. 둘이 함께 연주하니 간단한 멜로디도 제법 꽉 차게 들린다. 나는 검은 새가 된다. 다친 날개를 펼치고 한밤을 날아가는.


Blackbird singing in the dead of night
Take these bro-ken wings and learn to fly
All your life


매끄러운 연주였다. 잘했다는 칭찬이 이어진다. 오랜만에 으쓱으쓱하다. 그러자 이어지는 말씀. 자, 이제 정말 우쿨렐레로 배울 건 다 배우셨어요. 지난번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기타로 넘어가야 할 시기예요. 뭐라고요...? 당황스러웠다. 예고도 없이 네 번째 권유가 훅 치고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엔 권유가 아닌 것 같다는 게 문제다. 단호함이 느껴지는 말투, 당히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




자, 예를 들어 볼게요, 하고 선생님은 코드를 적으신 뒤 우쿨렐레와 기타로 번갈아 보여준다. 우쿨렐레로는 손가락 요가하듯 잡아야 하는 코드가 기타로는 꽤 자연스러운 데다가 두 줄이 추가되니 수려한 소리가 공간을 꽉 채운다. 아름답고 편안하다. 같은 코드인데 전혀 다른 코드처럼 들린다. 아아, 그저 듣고만 싶다.



더 알려주고 싶은 게 많은데 우쿨렐레로는 쉽지 않다는 것. 이런 한계 때문에 우쿨렐레로 연주하면 난이도가 높아지고 악보도 한정적이기에 적절한 악보도 찾기 어렵고, 찾는다 한들 5분 안에 배울 수는 있을 거라고 한다. 매끄럽지 않을 뿐,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론과 소리로, 이성과 감성으로 설득하는 선생님,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막연한 두려움에 저항하며 우겨 본다.


- 선생님, 저 아직 어설퍼요. (냉철한 자기 평가)

- 아니요. 제가 많은 학생들을 만나는데, 중상급이에요.

- 저 아직 코드 잡는 것도 엉성해요. (약간 민망)

- 코드와 주법은 다 알려 드렸고, 그다음은 연습의 영역이에요. (쪼그라듦)

- 작은 악기도 손이 작아 코드 잡기 어려운데요?

- 작아서 오히려 어려웠던 거고, 미니 기타나 기타렐레가 나을 거예요.

- 그렇군요....(할 말 없음)



우선 기타를 한 번 잡아보자고 한다. 내 옆에 항상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핑크색 일렉트로닉 기타가 들 테면 들어 보라고 당당하게 몸을 내민다. 조심스럽게 넥을 잡는데 헉, 하고 힘이 빠진다. 예상보다 훨씬 무겁다.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오른쪽 다리 위에 올리고 갈비뼈를 바디에 붙인 뒤 두 팔을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다.


묵직하고 매끈한 몸체에 차갑고 낯선 쇠줄의 느낌. 선생님은 앰프까지 연결하고 피크를 건넨 뒤 우쿨렐레의 G코드를 잡고 스트로크 해 보라고 하셨다. 기타로는 D코드가 되어 지지지징~ 커다랗고 거칠게 소리가 울린다. 우쿨렐레는 기타보다 5 음계가 높단다. 우쿨렐레로 쳤던 곡을 기타 코드로 전환해 주신 걸 보고 연주를 해 보았는데, 큰 무리 없이 연주가 되기는 한다.



그것 봐요, 되잖아요, 라며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시는데 난 그저 얼떨떨했다. 언젠가는 기타도 배우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바로 지금이라고 하시니. 우쿨렐레를 주제로 글도 써야 하는데...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기타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어린양이 되었다.


기타를 배우면 우쿨렐레 연주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고, 연주할 수 있는 폭도 훨씬 넓어진다. 결국 선생님의 말씀에 수긍을 했다. 등 떠밀려 유치원을 졸업하고 손목을 잡힌 채 초등학교에 끌려 들어가는 심정이지만, 우쿨렐레도 멀리 보내는 게 아니라 계속 함께 할 것이니 슬퍼하지 않아도 되겠지...


일렉 기타는 맛만 본 것이고 우리는 통기타를 배우면 된다고 하시며 어떤 기타를 준비해야 하는지, 오래가는 줄은 무엇인지 상세하게 알려 주셨다. 대화를 하는 동안 일렉 기타를 내내 무릎 위에 얹고 있었더니 그 묵직함에 다리도 아프고 엉덩이까지 얼얼했다. 미니 통기타라면 이렇게 낯설지는 않을 거라고 위안을 삼는다.



수업이 끝나고 딸기에게 얘기하니 기타를 배우고 싶었다면서 나보다 더 신나 한다. 잘 배워서 알려달라고 하는 딸기의 말을 들으니 그으래? 하는 마음이 생긴다. 잘 배워서 버스킹을 해 보란다. 자기는 옆에서 드럼을 치겠다며. 그래, 그렇다면 다시 하찮은 연주자로 돌아가 보자. 얼마 전 다시 시작한 <어설픈 우쿨렐레 적응기> 매거진 쓰기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아.


The Beatles -Blackbird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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